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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 VS 1948’ 불 붙은 건국절 논란…“현대사 바로잡으려면 ‘건국사관’ 만들어야”

조미르 기자입력 : 2017.10.07 05:00:00 | 수정 : 2017.10.09 18:26:33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내년 8.15는 정부수립 70주년, 2년 뒤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1948년을 정부 수립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두고 1919년 ‘임시정부설’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설’ 두 가지 의견으로 갈려 갈등을 낳고 있다. 쿠키뉴스는 3회에 걸쳐 건국절에 대한 상이한 논쟁 쟁점과 해외 사례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짚어본다. 

“한국 현대사는 지나치게 해방사관과 분단사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를 두고 ‘역사인식의 가림현상(역사인식의 일식현상)’이라고 한다. 건국을 중심으로 보는 ‘건국사관’을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함양해야 한다”

이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건국절 논란에 대한 김영호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대표적인 1948년 건국절 찬성론자로서 이명박 정부 외교통상부 인권대사와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역임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김 교수를 만나 건국절 논란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건국절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건 무엇인가

통상적으로 나라가 세워졌다는 것은 영토, 주권, 국민이라는 국가 구성요건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주권이라는 것은 국제적 승인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근대 국제정치 질서에서는 ‘우리가 나라다’라고 해서 국가가 되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해줘야 한 국가로서 역할이 가능하다. 국제사회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국가’라고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1948 건국절' 찬성론자가 극소수라고 주장한다

일부 역사학자가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한국 현대사 연구는 역사학자들이 한 게 아니라 정치학자, 국제정치학자들이 해왔다는 사실이다. 또한 임시정부는 지난 1919년부터 1945년까지 계속 미국 국무부에 국가로 승인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자체가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 역시 임시정부가 영토, 국민, 주권을 효율적으로 행사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해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1919년 건국론을 보면, 역사적 사실과 사료에 기초하기보다 역사가의 생각이 앞선다는 느낌이 강하다. 역사적 사료와 역사가의 생각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발언을 했다

대한민국 건국절과 관련된 학문적 논의와 정치적 논의는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1919년 건국론’ 발언을 한 것은 실용주의적 역사관을 내비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용주의적 역사관이란 학문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내세우는 역사관으로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건국절에 대해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945년 해방, 1948년 정부수립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지도자가 건국절 논의를 좁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건국절 논란으로 사회 갈등이 격화되고 양상이다

건국절 논란은 학문적으로 굉장히 큰 논란이지만 한국 사회에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방과 분단에 맞춰진 역사인식으로 건국 자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 가령 역사교과서에서도 ‘조선왕조 건국’ ‘고려 건국’이라고 부르지만,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고 할 뿐이다. 이번 논란을 통해 국민과 역사가, 언론이 모두 계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건국절 논란을 둘러싼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부는 건국절에 대한 학문적 논의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력이 학자들에게 ‘대한민국 건국시점이 언제다’라고 강요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는 학문의 자유가 없는 것이다. 이는 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정치권은 건국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는 해방과 분단에만 집중돼 민주적 발전, 경제 성장 등 지난 70년간 이룬 많은 성취가 폄훼됐다. 1948년 건국절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국론을 통합적으로 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영호 교수 프로필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보스턴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버지니아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상임객원연구위원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통상부 정책자문회의 위원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청와대 통일비서관 ▲외교통상부 인권대사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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