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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 수술기구 멸균실태②] 허울뿐인 의료법상 소독 멸균 지침

실제 조사나 의무보고 ‘전무’, 의료기관 자체 보고에만 의존

이영수 기자입력 : 2017.10.07 01:05:10 | 수정 : 2017.10.07 04:08:30

현행 제도 하에서는 멸균이 실패한 물품(객관적 멸균 지표의 판독 결과 멸균 실패인 경우)이 환자에게 사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로 인한 감염의 가능성도 농후하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 하의 ‘의료기관 사용 기구 및 물품 소독 지침’에 따른 수술기구의 소독 및 멸균에 대한 지침은 있지만, 강제력이 부족하고 제도적인 허점으로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안전과 더불어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 제502호) 제 39조의2에 따르면 환자의 처치에 사용되는 기구 및 물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방법에 따라 소독하여 사용할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른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0-61호 <의료기관 사용 기구 및 물품 소독 지침>에서는 기구별 소독 수준, 멸균 및 소독방법과 멸균확인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수술기구 멸균이 ▲표준화된 지침에 따라 멸균확인까지 될 수 있도록 하고, ▲멸균확인이 되지 않은 수술기구는 격리, ▲객관적 지표로 멸균이 확인된 멸균품에 대해서만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기관의 소독 및 멸균에 대한 의료기관의 보고 의무가 없다.

왜 문제인가?

정부의 적극적인 점검이 없어 실제 의료현장에서 멸균표준지침이 운용되기 어렵다.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멸균 검사가 끝나기 전에 수술도구를 환자에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일련의 수술부위감염 사건으로 인해 ‘멸균 감시의 강화와 철저한 기록 관리’의 필요성이 <국민일보, 2017.4.18 “수술도구 돌려막기”>보도로 문제 제기가 되자 보건복지부는 2017년 4~5월 수술실이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멸균확인(멸균기 효과측정)을 포함한 ‘의료기관 사용 수술기구 등 소독·멸균 점검’을 실시했다. 이는 실사가 아닌 각 의료기관에서 실시한 자체 점검 결과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허점이 있다.

미제출 기관 혹은 점검 결과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현장점검 실시 계획을 밝혔으나, 의료기관 자체 점검 결과에만 의존한다면 실상에 맞는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자체 점검 결과가 미흡한 병원이 있더라도 합당한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으며, 보건당국에서는 점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의료소비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다니는 병원의 멸균소홀 상태를 알 수 없다.

대한외과감염학회 자문위원인 우진하 건국대병원 수술간호사는 국민일보 보도에서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대개 의료진이 수술 하루 전이나 직전에 기구를 가져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도구를 멸균처리 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서 “그만큼 비멸균 상태에서 환자에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정형외과의 70∼80%가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업체 한 관계자도 “앞서 사용한 병원이 제대로 세척하고 멸균해서 주는 것은 아니니 더러운 상태에서 택배 배송되거나 영업사원이 트렁크에 실어서 전달하기도 한다. 소독이나 멸균 관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완벽한 멸균확인을 위한 여러 생물학적 지표 검사를 위해서는 인력과 장비, 추가 시설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응하는 수가 책정이 안 되어 있다”면서 “이러한 비용과 모니터링 교육 등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우선 지원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강제력 있는 지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선 방안은?

소독 멸균 지침은 현재 의료법상 ‘지침’으로만 되어 있어 각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수술기구의 멸균은 의료감염을 예방하는 기본 중의 기본인 만큼 각 병원이 의무적으로 소독, 멸균 및 멸균확인을 시행하도록 지침을 개선하고,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병원에 대한 행정처분이 필요하다. 보건당국은 현행과 같이 자체 점검 결과 미흡기관으로 판단되는 의료기관만이 아닌, 수술실을 보유한 병원에 대한 현장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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