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책] ‘마왕’

기사승인 2017-11-06 12: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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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책] ‘마왕’

“5년 안에 내가 이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못한다면, 내 목을 쳐도 좋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들 앞에 나타난 강력한 리더의 목소리에 환호하고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어요.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그의 말을 검증하거나 비판할 여지는 없습니다. 한 쪽으로 몰린 상황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몇 명의 시민들도 일단은 조용히 침묵할 뿐이죠.

마치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입니다. ‘마왕’은 국민들을 선동하는 정치인에 맞서는 한 형제의 이야기예요. 2005년 일본에서 발표된 소설이 12년 만에 한국에서 출판됐지만, 이질감은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고 쓴 것처럼 와 닿는 부분이 많아요.

어두운 정치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대사로 사랑받는 저자 이사카 코타로답게 형제의 초능력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죠. 형 안도는 상대방의 입에서 자신이 의도하는 말을 나오게 하는 ‘복화술’ 능력을, 동생 준야는 10분의1 이하의 확률 내기에서 이기는 ‘행운’ 능력을 갖고 있어요. 시대의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거대 정치인과 싸우는 형제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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