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현장실습 고교생 죽음에 추모 이어져…“정부 차원의 대책 필요”

기사승인 2017-11-22 10:53:21
- + 인쇄

제주에서 현장실습 중 사고를 당해 숨진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고(故) 이민호(18)군에 대한 추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 시민 등 30여 명이 모여 추모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업체가 사고를 고인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며 “현장실습표준협약서도 어기며 장시간 일을 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고는 단순히 개별 학교나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매일 오후 7시30분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 촛불을 이어갈 방침이다. 

제주지역 각 단체도 고 이군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제주본부는 고 이군이 숨진 지난 19일 논평에서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고 있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는 그동안 많은 사회적인 문제가 돼왔다. 현장실습생은 전공과 맞지 않는 업무 또는 위험·기피 업무에 배치돼 왔다”며 “그 과정에서 현장실습생들은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사업장 내 취약한 지위에서 위험 업무에 내몰리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현장실습 고교생 죽음에 추모 이어져…“정부 차원의 대책 필요”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주지부도 “특성화고등학교 현장 실습생의 안타까운 사고와 죽음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며 제주교육청에 도내 현장실습 산업체에 대한 전수조사 등을 요구했다.  

지난 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의 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고 이군이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고 이군은 폐부종과 목뼈 골절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사고 발생 열흘 만에 숨졌다. 

현장 실습 고교생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과거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지난 2010년에는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주 7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던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난 2012년 12월에는 울산 신항만 공사 현장에서 작업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 현장실습생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기피 업무에 배치됐던 현장실습생이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