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병원비 100만원상한제, 도입불가?

보험비 4조7000억원 절감, 연 3000억원이면 해결 vs 도덕적 해이 우려, 제도보완 우선

기사승인 2017-12-05 16: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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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경계에 선 아이가 부디 살아남기만을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돈으로라도 내 아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하는 간절함에 치료에 매달리는 이들이 지금도 주변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치료로 인해 퇴보된, 정체된 삶을 갖게 된 가족을 사회는 퇴행길로 인도하고 있다. 환아는 지체된 사회로의 입문으로 삶의 질이 낮아지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문재인 케어로 해결되지 않는 과도한 의료비 발생에 대해 18세 이하 어린이만이라도 정부가 해결해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도입해 생명을 살리고, 가정을 구해달라는 외침이다.

생식세포종을 앓고 있는 환아의 부모인 나애림 씨는 5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이하 어린이병원비연대)가 개최한 ‘완전 100만원 상한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아이 치료비를 마련하려 집을 팔고, 간호를 위해 직장을 관둬 가계가 파탄으로 내몰리며, 일반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아이와 가정의 비극적 악순환을 끊어야한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김종명 어린이병원비연대 정책팀장은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보장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연간 5152억여원이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될 경우 2800억원이면 가능할 것”이라며 어린이의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돼 15세 이하 어린이의 입원비 본인부담률이 10~20%에서 5%로 줄어들고, 예비급여도입 및 본인부담상한제 개선, 재난적의료비 제도화, 적용 대상 및 범위 조정이 이뤄지지만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세 미만 아동의 입원ㆍ외래ㆍ약제비 본인부담상한을 100만원으로 설정하고 ▶예비급여의 본인부담금을 연간본인부담 상한에 포함시킬 경우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한계를 넘는 의료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 씨의 바람이나 김 팀장의 제안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본인부담상한제와 재난적의료비, 예비급여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어 ‘어린이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부담이 경감되는데다 의료이용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건강보험의 보편성을 해치는 형평성 문제도 거론됐다.

어린이병원비 100만원상한제, 도입불가?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사진)은 “어린이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100% 공감한다”면서도 “일명 문재인 케어로 완벽히 부담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점도 인식하고 있다. 더 나아가야할 것”이라고 전재했다. 

다만 “100만원 상한제 하나로 해결하려고 하면 과잉보상이나 불필요하게 의료비 많이 늘어나는 문제가 초래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의료보장 관련 제도와 정책을 정합적으로 설계하고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회에서 재난적의료비 관련법이 통과된다면 적용 질환의 확대 외에도 예비급여 본인부담에 대해 검증 후 상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등 환자의 경제적 상황이나 요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지가 열릴 것”이라며 100만원 상한제 도입보다는 제도적 변화와 보완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토론회에 참여한 한 청중은 의료비의 부담과 함께 간병의 부담을 언급하며 ‘어린이 호스피스’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어린이 호스피스에 대해 전혀 고려되지 않는 듯하다”며 “끊임없는 의료쇼핑, 무의미한 치료, 의료비 증가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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