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 잃은 ‘길냥이’도 이사 보내야죠”

기사승인 2017-12-18 17: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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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전 잃은 ‘길냥이’도 이사 보내야죠”

재건축과 재개발은 원거주민 뿐만 아니라, 이곳에 살던 길고양이에게도 적잖은 고통을 준다. 국내에서 동물복지에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에 대한 생태이주 대책이 국회에서 논의돼 눈길을 끈다.

국회 사무처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회장 박순석·최영민, 이하 KAWA)의 동물복지 제도개선을 위한 5번째 토론회가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김두관·전현희·천정배 의원실이 공동주최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에스더 동물행동학 수의사는 이주는 매우 힘들고 고양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꼭 마지막 대책이어야 한다건물철거, 재건축, 재건설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이전 방사 계획과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주 지역 선정부터 이주 방법과 시기, 이주 후 적응 등에 이르는 전 과정이 세밀하게 이뤄져야한다는 것.

이날 실제 길고양이 이주 사례도 발표됐다. 박근미 캠페이너는 인천 부계동 재건축지역 길고양이 이주 사례를 소개했으며, 송재실 캠페이너와 김포도 봉우곰 스튜디오 작가가 내년 재건축 예정인 둔촌주공 아파트의 길고양이 이주 계획을 소개했다.

참고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의 경우 5630세대의 대규모 단지이며, 현재 230여 마리의 길고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둔촌냥이-이사 가는 둔촌고양이(둔촌주공아파트 동네고양이의 행복한 이주를 위한 준비모임)’가 발족되어 현재 4단계 이주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이날 전문가 토론에는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학장을 좌장으로 황철용 서울대 수의대 교수 위혜진 동물복지표준협회 상임이사 유주연 ()나비야사랑해 이사장 하병길 동물복지표준협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논의는 다양했지만,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기금 마련을 포함해 캣맘·건설사·지역주민·구청·수의사 등의 협력도 쉽지 만은 않다.

한편, ‘재개발·재건축 지역 길고양이 생태적 이주 사업단이 내달 28일 오후 2시 정식으로 출범한다. 사업단은 이상경 집행위원장, 우희종 자문위원장, 하병길 사업단장, 위혜진 의료단장, 유주연·윤에스더 이주대책 공동본부장 등의 집행부로 구성됐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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