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 법원, 영장 두고 갈등 격화되나…“판단 존중”→“수긍 못해”

기사승인 2017-12-28 12: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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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법원이 국정농단·국정원 댓글 사건의 주요 피의자 구속영장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받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8일 새벽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 등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수사 및 별건 재판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도 거액의 국정원 자금을 국정원장에게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고 특정 보수단체 지원에 개입한 혐의 역시 청와대 문건, 부하 직원 진술 등 소명이 충분하다”며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향후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조작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난 일도 갈등의 요인 중 하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 신광렬)는 지난달 22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석방을 결정했다. 김 전 장관은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법원은 “도망 또는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증거관계가 웬만큼 단단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현재의 법원 심사 기준에도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면서 “절대적인 상명하복의 군 조직 특성상 최고위 명령권자인 김 전 장관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불만 토로에도 석방·영장기각은 이어졌다. 김 전 장관과 같은 혐의를 받는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같은 달 24일 구속적부심 심사를 통해 풀려났다. 이명박 정부의 ‘안보 실세’로 불린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역시 군 댓글 공작 관련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피의자의 역할 및 관여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측이 초기부터 영장기각에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특검)팀은 지난 2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당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 직권남용 등 법리적인 판단이 특검과 달랐던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구속영장 또한 두차례나 불발됐다.  

지난 9월8일 법원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며 반발은 거세졌다. 법원은 이날 새벽 국정원 댓글공작에 관여한 국정원 퇴직자모임 전·현직 간부 2명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날 오전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영장 기각 등과 관련된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을 내고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 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법원을 정면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감내해 왔으나, 최근 일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차이가 많은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검찰 대 법원, 영장 두고 갈등 격화되나…“판단 존중”→“수긍 못해”법원은 “개별 사안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수사의 필요성만 앞세워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며 “영장전담 법관이 바뀌어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나 결과가 달라졌다는 등의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국정농단과 국정원·군 댓글공작 관련 주요 피의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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