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책] ‘에레혼’

기사승인 2018-01-09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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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책] ‘에레혼’

‘에레혼’(EREWHON)이란 ‘노웨어’(NOWHERE)를 거꾸로 한 말입니다. 즉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뜻이죠. 이 나라에서는 질병을 죄악으로 간주해 병자는 투옥되지만, 범죄자는 일말의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교정을 받는 데 그칩니다. 더불어 ‘에레혼’의 비이성의 대학에서는 가설학을 가르친다고 하네요. 존재하지 않는 허황된 세계를 구축하는 이 학문은 학생들이 이성의 힘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입니다. 논리와 합리는 중도와 포용을 배제시키기 때문이라나요.

어디에도 없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인 이 나라를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새뮤얼 버틀러의 ‘에레혼’을 펼쳐 보세요. 장편소설 ‘에레혼’은 유토피아 소설과 상상여행소설의 전통적 요소를 합친 풍자소설입니다. 18세기 영국의 대표적 풍자작가인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의 형식을 빌려 당대 세태를 풍자한 것이죠. 새뮤얼 버틀러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독창적으로 수용해 이 소설에서 기계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줬습니다. ‘에레혼’의 풍자가 21세기에도 유효한 까닭이죠.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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