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천 화재 후 반짝…재난의무보험의 명과 암

기사승인 2018-01-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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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천 화재 후 반짝…재난의무보험의 명과 암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크고 작은 조짐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 징후들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하인리히 법칙’(1, 29, 300의 법칙)이다. 대형 사고가 한번 터지기 전 경미한 사고가 29회 발생하고, 이런 경미한 사고 발생 이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되는 사소한 징후가 300회 나타난다는 것이다. 

재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인리히 법칙은 현재 우리의 실정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연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로 2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대형 사고에 대해 여전히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재난배상책임보험(재난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난배상책임보험은 화재나 폭발, 붕괴사고 등으로 발생한 타인의 신체 재산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을 말한다. 화재나 폭발, 붕괴사고 등으로 재산 피해를 당한 경우 최고 10억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월8일부터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은 전국 평균 64%에 그쳤다.

당시 국민안전처는 “내달 말일까지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고 있어서 지자체에서 늦게 가입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12월 초에 가입률이 폭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대하던 가입 폭주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행정안전부는 과태료 시행 시기를 올해 9월 1일로 8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지난 1일부터 재난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재난취약시설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자신만만했던 당국의 태도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그러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당국의 오락가락 태도는 상황에 대한 왜곡된 단면을 보여준다.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현재 실정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안전불감증을 불식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당국이 나서서 재난보험을 알리고, 명확한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8개월 뒤에도 재난보험 가입률은 비슷할 것이다. 큰 사고 전에 이를 예고하는 사소한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뒤집어보면, 사소한 성공이 모여서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발견을 할 수 있다. ‘역 하인리히 법칙’을 통해 화재사고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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