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지원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문재인 케어 가능할까

예산 삭감한 국회는 ‘사후정산’ 주장…움직임 없는 복지부는 건보재정 위협

기사승인 2018-02-07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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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정상적인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끊임없이 촉구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매해 내년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일반회계 14%, 건강증진기금 6%)를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법의 허술함(‘예산의 범위’와 ‘상당’이라는 제한적이고 자의적 문구)을 이용해 항상 법정기준에 미달한 예산안을 편성해왔고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법정기준에 미달한 예산을 지원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 따르면 국고지원 부족분은 2012년부터 5년간 3조7491억원에 달하며, 2013년 4707억원, 2015년 5878억원, 건강보험 수입액이 급증한 2016년에는 국고지원 부족분이 무려 1조4169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30조6000억원의 재정추계를 내놓았고, 국회와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예산 확보방안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현황을 보면 ▲2010년 3조9123억원 ▲2011년 4조2129억원 ▲2012년 4조4980억원 ▲2013년 5조193억원 ▲2014년 5조5765억원 ▲2015년 5조8679억원 ▲2016년 5조4653억원 ▲2017년 5조1511억원이었다. 이는 8년 동안 약 30% 증가한 것인데 보험료 수입이 8년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이 2015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료 수입은 2010년 이후 꾸준히 인상되고 있는데 국고지원금만 감소한다는 것은 정부가 문재인 케어에 대한 성공적인 실행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기재부와 복지부가 대통령 공약사항 이행 의지가 없다고 봐야할 것 같다.

국고지원 논란은 국회에서도 거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정기준에 맞게 건강보험 국고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정감사나 업무보고에서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대책으로 ‘건강보험 국고지원 사후정산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재정 걱정이 크다. 정부 추계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고, 조달하는 내용과 비용이 더 투입해야 할 경우 국민 부담에 대한 걱정이 있다”라며, “의료전달체계 개혁하고, 합리적 수가 조정하면서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데 올해 국고지원금 예산이 삭감됐다. 첫발부터 예상대로 안되는 걱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정과 관련해 사후정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김 의원은 “항상 국회 예산에서 삭감을 초래해 사후정산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고지원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와 함께 도입 노력을 해달라. 또 준비금 써버리는 것도 문제다. 현재 준비금 규정이 어렵다면 3개월분 25%까지는 준비금 가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역시 사후정산제 도입을 요구했다. 윤 의원은 “정부지원금이 전년보다 줄었다. 지난 11년간 지켜진 적이 없는데 문 정부에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는데 우려대로 국고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라며, “김용익 이사장은 지난 2014년 의원시절 이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상대로 고소하는 것을 건보공단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송해서 받아야 하고, 합의할 사항도 아니라고 했다. 당시 적극적으로 요구했는데 이사장이 됐으니까 추진하면 되지 않나. 사후정산제 도입이 가장 타당하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사후정산 도입은 의원 이전부터 주장해온 것이다. 그런데 국고지원 부분은 기재부와 복지부 등과 협의해서 어기지 않을 수 있는 제도로 정비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정비된 제도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 그 하나의 방법이 사후정산제이다. 국가가 약속한 것을 지키는 모습 보여줘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반면 의원시절 주장했던 소송문제에 대해서는 “소송을 하지 않겠지만 복지부와 본격 논의하겠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국고지원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문재인 케어 가능할까
국회는 끊임없이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올해 국고지원 예산안은 국회 안에서 2200억원 삭감됐다. 정부는 2018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안을 건강보험 일반회계 국고지원의 법정기준인 7조4649억원(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의 80%도 안 되는 5조4000억원(10.1%)을 편성해 제출했다.

정부 스스로 법정기준 20%를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로 올렸음에도 국회는 이마저도 2200억원 삭감하며 그동안의 지적과 다르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회의 모습에 당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가입자단체는 여야 원내대표 간 밀실합의의 결과물이라며, 국회가 문재인 케어의 재정조달 대책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 국고지원마저 삭감했다고 규탄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의 임의적인 축소는 문재인 케어의 실패, 더 나아가 건강보험재정의 파탄을 야기할 수 있다. 때문에 우선적으로 명확한 건강보험 국고지원 대책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