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먹기 싫어요" 출산 시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문제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 호소

기사승인 2018-03-29 0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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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다. 2015년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가 전체 분만의 4.5%를 차지할 정도지만 이들에 대한 임신, 출산에 대한 지원 정책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어적, 사회문화적 문제 차이로 많은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가 28일 본원 연구동 9층에서 개최한 ‘다문화가정 출산 지원을 위한 현황과 대책’ 심포지엄에서는 결혼이민 여성들의 출산 환경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의가 이뤄졌다.     

발표를 맡은 주성홍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과장에 따르면 1990년대 초부터 다문화 혼인이 증가해 2005년 4만2356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소폭 감소 추세에 있다. 국적별로는 2016년 기준 베트남이 27.9%로 비율이 높았으며, 이어 중국이 26.9%로 높았다. 지역별로는 경기 5838건, 서울 4818건, 경남 1280건으로 집계됐다. 주성홍 과장은 “2008년에는 충남, 충북, 경북, 전남 등 지방에 다문화 혼인 건수 비중이 높았던 반면 2016년에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으로까지 확대됐다”며 “2012년 이후 다문화 가정 출생아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 전체 출생아의 감소보다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았다. 다문화 가정에서 출산을 한 여성의 국적은 베트남이 32.3%로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출생아 부모의 국적별 비중을 살펴본 결과 한국은 16.2%인 반면 ▲베트남 32.3% ▲중국 24.3% ▲필리핀 7.6% ▲기타 19.6%로 다문화 가정의 출산율이 높았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국내 다문화가정의 숫자는 날로 늘어나 경기도만 봤을 때 다문화가정 학생 수가 5년 사이 약 90% 증가했다. 농촌지역은 보다 가파르게 증가해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는 전교생 32명 중 절반 이상인 17명이 다문화 학생이라는 보도가 나왔다”며 “그러나 결혼이민 여성들은 본국과 다른 낯선 임신, 출산, 양육 문화와 지역사회 인프라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현 원장은 “한번은 ‘산후조리원’ 문화로 인해 결혼이주 여성이우울증을 겪은 사례가 있다. 전남 고흥 골짜기에 사는 한 결혼이주여성이 출산을 했는데, 가족들은 여성을 아끼는 마음에 없는 살림에도 산후조리원을 보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이라는 개념이 없던 이 여성은 출산 후 집에 가지 않고, 아기도 떨어져 있으니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해 우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표현할 길이 없고, 말도 잘 하지 못해 답답함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과장 또한 “다문화 가정의 경우 출산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고 출생아 수도 감소 폭이 낮아 전체 인구의 증가, 출산율 증대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여성결혼이민자의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인해 한국사회와 가정 내 정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한 결혼이민 여성들을 인터뷰한 결과, 그들이 ‘의사소통’, ‘사회적 문화’, ‘처음 겪는 임신과 출산’, ‘자녀들이 받는 차별’ 등의 문제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주 과장은 “한국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은 한국말이 서툴 수밖에 없다. 한국말이 능숙하다 하더라도 산부인과 방문 시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이주한 베트남 여성들은 첫 임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고, 언어적인 문제로 의사소통이 힘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산후도우미 서비스도 오히려 눈치를 보며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언어적 문제는 양육에서도 드러났다. 한 결혼이주여성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숙제를 봐주지 못해 아이들이 엄마를 바보로 여길까봐 겁이 난다고 했고, 학교 준비물이 무엇이 필요한지 몰라 챙겨주지 못해 자녀의 학교생활이 걱정된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상 없는 희생’을 강조하는 가부장적 문화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도 있었다. 특히 베트남은 사회주의권 영향을 받아 남녀평등 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성역할 구분에 의아함을 갖는 경우가 있었다”며 “베트남에서 임산부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이 한국에서 금기되는 음식, 그 반대의 경우가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출산 후 먹는 ‘미역국’에 대한 거부감이 큰 여성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주성홍 과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과 현실적 필요성에 맞춰 한국어 교육이 시행돼야 하며, 또 그들이 한국 사회라는 언어 공동체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어 사용에 대한 문화적 지식까지 모두 포괄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연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과 서기관은 “그간 다문화가족 적응지원을 위해 한국어교육, 상담, 가족통합교육 등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면서 “최근에는 정착하는 다문화가족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 양육이나 한부모가정, 가정폭력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2022년까지 다문화가족 자녀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서기관은 “또 결혼이민자 자립역량 제고 및 사회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다문화가족이 직접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다문화가족 참여회의’를 확대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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