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년, 도전 직면한 보건의료계

기사승인 2018-05-19 01:00:00
- + 인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지 1년이 지났다. 그간 ‘나라다운 나라’로 대변되는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위한 초석들이 놓였다. 보건의료계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예상된다. 국가책임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는 보건의료계의 개혁 또한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의료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이로 인해 달라질 보건의료환경을 조명해봤다.


◇ 시작된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 건설, 하지만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보건의료계의 변화는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본인부담상한액 차등 인하 ▶재난적 의료비 지원확대라는 3가지를 축으로 하는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 만들기’로 대변된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이들 3개의 축을 세우기 위한 변화들을 추구해왔고,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제외한 2가지 축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연령별, 질환별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추가·확대하고, 일련의 변화로 인한 부차적인 현상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내놨다.

일견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 건설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는 있지만 올 1월 선택진료비가 사실상 폐지됐다. 지난달부터는 간 등 상복부 초음파검사의 급여가 이뤄졌다. 오는 9월이면 하복부 초음파까지 급여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7월부터는 종합병원 2·3인 병실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9월부터는 뇌·혈관 MRI를 시작으로 모든 MRI검사에 대한 급여가 지급된다. 이 외에도 노인외래정액제 본인부담이 완화됐고, 아동입원비와 치과진료, 여성의 난임시술 건강보험적용 등 의료비 부담이 낮아졌다.

하지만 핵심인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진척이 늦다.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전제조건들이 산재한데다 얽힌 이해관계가 복잡해 정부의 결단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하나하나가 난제로 불리며 보건의료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에 억지로 풀기도 쉽지 않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난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안전한 진료환경에서 제공될 수 있도록 ▶의료질 평가 고도화 ▶의료인력 수급대책 수립 ▶평가인증체계 개편 등에 나섰다. 동네의원부터 대형병원까지 고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심층진료 신설 ▶만성질환관리사업 제도화 ▶진료 의뢰·회송 체계 확립 등 각종 수가를 신설해 전달체계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원 및 보상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건강보험을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는 ▶의료기관별 경향평가체계 구축 ▶신포괄수가제 확대 ▶공·사 보험 관계 재정립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복지와 의료제도간 연계강화를 위한 ▶사회복지팀 설치나 ▶약가정책 개편을 통한 보장성 확대도 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1년, 도전 직면한 보건의료계
◇ 우후죽순 제도개선에 혼란가중, 해법은 의료계와의 ‘관계’

이처럼 각종 제도들과 사업들이 범람하면서 의료현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일련의 장치가 의료현장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강제하고 있는데다 하나부터 열까지 의료기관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해야 완성되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장 2015년부터 이뤄진 의료질 평가의 경우, 선택진료비 폐지와 상급병실료 급여화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을 보상할 목적으로 시작돼, 의료질 향상과 공공성 구현, 종별 기능에 맞는 역할수행 등 궁극적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받는다. 여기에 경향평가라는 새로운 방식까지 접목할 계획까지 겹쳐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평가방식과 예측가능성 문제, 의료기관의 행정적 부담 등 다른 문제들도 거론된다. 이에 개선작업보다 제도 추진속도가 빨라 평가 고도화가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지원금 규모는 1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손실을 보는 기관과 이득을 보는 기관이 나뉘는 등 부차적 문제들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심층진찰료, 만성질환관리제, 진료 의뢰·회송 시범사업 확대 등도 임상현장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관련 수가인상, 중계 시스템 개편, 의료정보 표준화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의료이용행태 개선이나 의료기관 종별 역할정립, 신뢰 등이 아직 미흡해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의료기관의 모든 것을 파악해야 적용할 수 있다는 신포괄수가제나, 거대 자본의 민간실손보험사들 입장과 속내까지 고려해야하는 공·사 보험 관계 재정립 사업 등은 행정적 부담을 넘어 믿음과 이윤, 깊숙이 숨은 의도들까지 형성하고 파악해야하는 상황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제도개선의 혼란으로 인한 부작용이 각종 사고들로 터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는 등 교통정리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로드맵 제시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부는 의료계와의 신뢰 및 대화 부족에서 오는 혼란이라고도 평했다. 그럼에도 의료계와 정부 간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는 분위기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하나의 제도를 개선할 때도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듣고 준비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하물며) 여러 제도와 정책을 한 번에 쏟아내니 개별 문제에 상호간 충돌이 발생해, 임상현장은 혼란 그 자체”라며 제도와 정책, 사업 개개의 방향성과 연관성을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 계획에 따라 점진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