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약속한 적정수가, 어디에도 없다?

의사협회, 향후 4년간 7.5% 단계적 인상안 제시… 건보공단, “不可”

기사승인 2018-05-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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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적정수가보상 약속을 이행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해 2019년도 수가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수가협상 법정기한인 31일을 하루 앞둔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적정수가 보상이 반영된 건강보험 재정계획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의료서비스 가격을 뜻하는 수가는 의료행위에 대한 가치를 여타 행위들과 비교해 산출한 상대가치점수와 매년 의료계가 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 이하 건보공단)과 협상을 통해 도출하는 연도별 수가인상률을 곱해 정해진다.

문제는 대통령이 약속한 적정수가 보상을 위해서는 현행 수가의 원가 보상률이 대부분의 연구에서 원가 대비 7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30%에 달하는 인상률이 요구되고 있지만, 이를 건보공단을 비롯한 건강보험가입자(의료소비자)가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9년도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과 가입자대표들이 참여해 6개 직역군(의원, 병원, 약국, 한의원, 치과, 조산사)의 수가인상 총액을 결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가 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인 9500억원대에서 인상폭(밴딩)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각 직역별 건강보험 진료비 비중에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인상폭 또한 직역별 비중에 따라 6등분할 경우 작년과 유사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수가인상률이 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지난해 결정된 올해 수가 평균인상률은 2.28%다.

이와 관련 수가협상에 나선 의협은 적정수가 보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4년간 단계적으로 7.5%의 인상률이 반영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수용 불가 입장이다.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정한 인상폭에 따라 공단이 제시할 수 있는 인상률 수준과는 간극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의협 수가협상단 관계자는 “4년간 7.5%씩 인상해야 산술적으로 30%의 인상률을 달성할 수 있다”며 “이는 상대가치점수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약속한 적정수가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닌 약속이행사항임을 강조했다.

최대집 의협회장도 “대통령이나 건보공단 이사장의 발언 등을 봤을 때 수가 정상화에 대한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줬어야 하지만, 수가협상 종료 전날까지 터무니없는 수치를 제시하며 도저히 납득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의료계의 초저수가로 인한 의료서비스 왜곡을 개선하기 위한 수가협상에서 기본 인상률을 보여주며 단계적으로 어느 정도 인상할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어떻게 정상화할지 계획표를 제시해야한다”며 정부의 적정수가 반영의자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대통령 약속한 적정수가, 어디에도 없다?
한편, 일각에서는 인상폭 자체가 의협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반대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의협이 정부와 문재인 케어를 두고 보인 행태나 의지가 국민건강을 고민하지 않고 밥그릇만 챙기려는 것으로 비춰져 그 반감에서 나온 결과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정부정책에 반하는 집회를 해서 패널티를 줬다는 엉터리 망언을 한 단체에 패널티를 주고 쫒아내야한다. 수가협상은 물가상승률 등 여러 환경적 요인과 확보 재정을 고려해 결정해온 것”이라며 ‘망발’, ‘망언’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아울러 수가정상화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사후 청구해 받고 있는 현 체계를 선불제로 바꾸는 ‘청구대행 중단 및 선불제 투쟁’을 비롯해 전국의사총파업 등 강도 높은 투쟁 가능성을 시사하며, 6월 중 전국의사 비상총회를 통해 의견수렴 할 뜻을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수가협상의 항의의 의미를 포함해 현 건강보험정책의 결정방식으로 가입자대표와 공급자대표, 정부관계자가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탈퇴를 선언하며 인적구성 및 논의방식 등의 전향적인 개편이 이뤄져야한다는 의지도 밝혔다.

함께 자리한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의사의 급여는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의 노력과 행위에 대한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생명을 다루는 의료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지 돌아봐야할 것”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이어 “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해주는 사회가 선진국일 것”이라며 “변호사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해 법률서비스의 비용을 지불하듯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행위에 대해 의사의 전문적 의학적 지식을 어떻게 인정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한다”고 수가인상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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