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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가전쟁에 고통 받는 간암환자들

약가전쟁에 고통 받는 간암환자들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6.18 02:00:00 | 수정 : 2018.06.18 01:50:15

최근 독점적 약효로 인해 약가인상 요구가 3번째 이뤄지는 약제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인공은 게르베코리아의 '리피오돌(성분명 아이오다이즈드오일)'이다. 회사는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리피오돌의 약가를 5배 이상 올린 약가조정신청을 냈다.

리피오돌은 국내 도입 당시인 1998년 앰플당 8470원의 약가를 인정받았다. 14년이 지난 2012년에는 재협상을 통해 5만2560원이 됐다. 6배 이상 인상됐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게르베코리아는 최초 가격에서 31배가 넘는 26만28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피오돌은 간암치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약품이다. 종양을 괴사시켜 없애거나 크기를 줄이는데 쓰이는 간동맥화학색전술의 효과를 파악하는 CT촬영에 꼭 필요한 조영제로 ‘유일’하다.

심지어 회사는 주 원료인 ‘천연 양귀비 오일’ 수급부족이라는 명분과 타국에서의 가격이 30만원대라는 근거까지 제시하고 있다. 명분과 근거, 독점에 따른 협상력까지 갖추며 약가인상을 요구했고, 지난 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인상에 필요한 조치가 이뤄졌다.

1999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된 리피오돌을 목록에서 제외한 것. 이로써 리피오돌은 정해진 상한금액 이상으로 약가를 인상할 수 없고, 원가보전이력에 따라 추가조정이 어렵다는 퇴방약 지정의 한계를 벗어나 재협상이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퇴방약 지정 제외 후 약가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환자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 만큼 사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곤혹스럽다는 뜻도 내비쳤다. 퇴방약 제도의 구멍이 여실히 드러났고, 약가협상에서 내내 끌려 다니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인상 외에는 없어 답답하고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여타 약제들까지 약가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여기에 외부적 요인까지 겹쳤다. 임상현장의 의사들은 리피오돌 공급부족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간 유관학회들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환자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약품공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제약사가 조속히 협상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리피오돌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다. 5~6년 전부터 가격인상논의가 있었지만 폭탄 돌리다 터지듯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약가협상 체계의 맹점을 꼬집는 것과 같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보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약가정책이 필요하다. 제약사들의 폭리를 견제하면서도 의약품의 원활한 생산과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지금이라도 보다 엄격한 기준과 철저한 논리로 무장하고 대안을 마련해야한다. 설득하고 이해시켜야한다.

리피오돌처럼 개발된 지 수십년이 지난 약의 약값을 부르는데로 올려주는 것을 국민이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아무런 논리나 기준 없이 국민의 반감을 이유로 명분과 근거를 가진 제약사의 인상요구를 무시할 수만도 없다.

시대가 변했다. 필요하다면 고개를 숙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매번 승리했다는 안일함과 우월감도 버려야한다.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논리와 근거, 기준을 바탕으로 원가를 따지고 생산에 소요된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재평가 등 민간기업의 탐욕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복지부도 늦었지만 향후 이 같은 사례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도로 약가제도를 보완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허 등의 문제가 없다면 다른 제약사가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언급했다. 앞서 고려하지 않는다던 공공제약사도 논의하는 분위기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반복되는 약가협상에서의 줄다리기에서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제약사를 상대로 급여권 진입을 무기로 압박하듯 가격을 책정하고 낮추려는 태도는 버려야한다. 공공제약사나 제네릭 생산장려가 해법이 될 수도 없다. 국민건강과 적정약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보다 많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해보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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