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등 자가주사제, 의료폐기물일까, 생활폐기물일까

관련 법제도 미비로 일반쓰레기 봉투에…2차 감염 위험 지적

기사승인 2018-09-11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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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등 자가주사제, 의료폐기물일까, 생활폐기물일까#오늘도 무사히 잘 맞았어요. 사무실 옆에 있는 직원 휴게실에서 알코올 솜으로 손과 맞을 부위를 소독하고, 주사를 잘 놓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네요. 주사기와 약병을 어떻게 폐기해야 할지 몰라 내일 병원에 갖다 주려고 합니다.

인슐린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자가주사(집에서 환자가 직접 투여하는 주사제) 제형이 증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법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자가주사제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지 않는 등 법제도적 미비로 2차 감염의 위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의료폐기물은 병의원 등 의료관계기관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의미하며, 인체적출물·주사기·시험관뿐만 아니라 탈지면·가제·붕대·기저귀 등도 해당된다. 이러한 혈액·병원균·중금속 등 위험 물질에 노출된 의료폐기물은 2차 감염 등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자가 피하주사제형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사제 특성상 효과가 빠르고, 매번 병의원에서 주사제를 투약 받는 불편함이 적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환자가 사용주기에 맞춰 집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강점이다.

최근 국내의 한 제약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 해외에서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제약사의 경우 자가 주사제가 더 많은데 안전성 문제로 수년전부터 바늘이 보이지 않는 펜 형태의 주사제로 교체되는 분위기여서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자가주사제 폐기처분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 병의원 관계자 및 환자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한 안내가 전부다.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는 “주사제 사용설명서 외에도 폐기처분 방법에 대한 의료진 및 동영상 등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안내는 처방 병의원에 다시 가져오도록 하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도 “주사 후에는 사용한 물품들을 모두 안전하게 폐기해 주십시오”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자가주사제에 대한 별도의 폐기 규정은 없다. 병의원 내에서 발생한 의료폐기물은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데 자가주사약은 의약품으로 봐야 해서 일반 의약품이나 조제를 받아서 남은 불용의약품처럼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소각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주사제의 경우 병의원에서 처방시 안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한두개의 경우는 개인이 할 수 있겠지만 양이 많아지면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상세히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관리하는 환경부도 자가주사제 처리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폐주사기는 수은폐기물·폐의약품·폐농약 등과 같이 생활계유해폐기물로 분리돼 쓰레기봉투에 버리면 된다. 주사기가 집에서 나오는 것은 의료폐기물로 분류가 되지 않고, 지침상 지자체가 별도의 수거체계를 만들도록 하고 있지만 소량이다 보니 체계적인 수거체계를 갖춘 지자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용폐기물로 관리하려면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곳에서 관리해야 하는데 자가주사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지침상 찔리지 않게 딱딱한 종이에 싸서 밀봉해 (쓰레기봉투) 버리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쓰레기는 소각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환자의 치료효과와 편의성을 높이는 자가주사제가 활성화되기 위해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폐기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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