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갈비로 외식하는 비용으로 영양제 맞는 ‘단장증후군’

소장이 짧아 영양분 흡수 못하는 희귀질환…새로운 치료제는 이제 급여신청

기사승인 2018-09-12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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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증후군 치료를 위한 의료비는 매일 저녁 갈비로 외식하는 것과 같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이상훈 교수는 단장증후군 치료제 국내 첫 허가를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단장증후군 환자의 치료 현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단장증후군은 선천성 또는 생후 수술적 절제로 전체 소장의 50% 이상이 소실돼 흡수 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키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건강한 성인의 소장 길이는 평균 6m이나 단장증후군 환자의 소장 길이는 2m 이하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  

발병 유형에 따라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구분하는데 선천성 단장증후군은 11q24.1 염색체의 CLMP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발생하며, 후천성 단장증후군은 괴사성 소장결장염, 장관 이상 회전증, 태변으로 인한 장폐색, 장관 탈장, 크론병 등의 선행 원인으로 인한 장관의 광범위한 외과적 절제술 후에 발생한다.

국내에서 단장증후군은 질병코드도 아직 부여되지 않아 환자수가 정확하게 집계된 바가 없고, 발생률이 인구 10만명 당 24.5명꼴임을 감안할 때 국내 환자 수가 1만 2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며, 진단과 치료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상훈 교수는 “장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을 흡수하는 기관이다. 만약 소장이 없거나 짧으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데 단장증후군은 충분한 영양분 및 수분이 흡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길이가 부족한 상태로 성인에서는 체중유지, 소아에서는 성장과 발달에 충분한 영양이 흡수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입을 통한 영양흡수를 제외하고는 대책이 없어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양수액제 연구가 활발해지며 환자가 필요한 영양분을 입을 통해서가 아닌 혈관을 통해 전달 가능해졌고, 이후 효과적인 정맥영양주사가 개발돼 환자가 살수 있게 됐다”며 “이러한 상화이 환자에게 좋은 일이었지만 정맥영양주사를 오래 맞다보니 한때는 생명연장의 기적의 약이 이제는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맞게 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맥영양제도 한계가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량원소(무기질), 비타민, 철분 등의 필요한 양을 정확히 알수 없어 결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장기간 정맥영양으로 인해 간기능 이상, 중심정맥관 감염, 패혈증 등 합병증 우려도 있다고 한다.매일 갈비로 외식하는 비용으로 영양제 맞는 ‘단장증후군’

무엇보다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모든 환자가 중심정맥관을 몸에 심고 있어야 한다. 또 수액이 들어가는 줄이 몸 밖으로 나와 있어 일상생활에 불편할 뿐 아니라 1년에 1~2번은 감염이 발생한다”며 “또 정맥주사이다 보니 원칙적으로 의료인이 관리 투여를 해야 되는데 환자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한다. 이는 비용도 증가하게 되고, 병원 입장에서도 관리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에서 맞을 수 있도록 처음에는 간호사가 방문해 투여를 하고, 이후 부모나 본인이 가능해지면 자가 정맥영양을 시작하게 된다.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환자가 특정한 조건이 만족되면 이를 권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면에는 엄청난 부모의 노력이 있다. 부모가 알아야 할 사항은 간호사와 동일하고, 집은 병원 저장창고와 유사해진다”고 환자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환자가 정맥영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이 교수는 장을 통한 영양공급, 소장이식, STEP 수술(연속가로장성형술), 새로운 치료제 등을 제시했다. 그는 “정맥영양 뿐 아니라 환자가 장이 짧은 만큼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장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이 있다. 또 장은 잘라내면 다시 자라지 않기 때문에 소장을 이식하는 방법도 있는데 다른 장기이식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이제껏 25건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STEP수술은 획기적인 수술법으로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단장증후군은 질환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적다. 또 의료비는 약제와 물품들이 기본 150만원정도 든다. 매일 저녁 갈비로 외식하는 비용으로 영양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신약이나 최신 물품은 국내에 도입이 안 되거나 늦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약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현재 진료하고 있는 선천성 단장증후군 환아의 경우 낮 동안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종일 투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 3일은 밤에 자는 동안만 투여한다. 불편하지만 살고 있다”며 “아이가 밝게 외래에 오는데 이면에는 엄마가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약이 나왔고, 주사를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면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다. 나나 환자 모두 기다리고 있는 약이다”라고 신약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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