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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공방 중인 의사, 한의사… 승자는 복지부?

유령과 협상한 한의계? 발뺌하는 의료계? 눈 감은 복지부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9.13 01:07:35 | 수정 : 2018.09.13 01:07:59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해도 되는지 여부를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충돌해왔다. 환자를 위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해야한다는 한의계의 요구에 의료계는 법에서 정한 면허범위를 벗어났다며 국민건강에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맞섰다.

두 직역 간 갈등은 2017년 한의계의 요구에 응답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며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을 감안한 듯,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을 위시한 두 직역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라며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이에 복지부는 2015년 흐지부지된 ‘의-한-정 협의체’를 지난해 다시 가동했다. 여기서부터 의료계와 한의계의 기억이 달라진다. 12일 기자회견에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대한의사협회의 요구로 현대의료기기 한의사 사용논의가 의료일원화 논의가 통합됐다고 밝혔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12일 기자회견에서 의료계의 협상태도와 발언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협의체는 의료기기 사용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여기서 일원화 논의를 요구한 것이 의협”이라며 “안건부터 수정요구까지 자기들이 다 해놓고 최종안이 나오자 시간을 달라더니 기자회견을 열고 선전포고하듯 수용불가 입장을 발표했다. 평화협상 중 전쟁선포를 당한 황당한 상황”이라고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9월 최종안은 최대집 회장이 직접 수정을 제안하고 한의협회장이 받아들여 복지부 관계자에게 전달된 안”이라며 “대표단의 가안이었을 뿐이라는 말은 언어도단이다. 차라리 내부설득에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이 성실한 자세였다”고 비난한 후 협상상대로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만큼 의료기기 사용문제를 국회로 돌려보낼 것을 복지부에 요구했다.

반면, 의협의 이야기는 달랐다. 정성균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최대집 의협회장과 최혁용 한의협회장이 이 사안을 두고 만난 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최대집 회장은 처음부터 의료일원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고, 합의문 문구수정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법적 검토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 떠나간 신뢰, 멀어진 관계, 요원해진 의료일원화… 국민은?

당초 의료계와 한의계는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궁극적으로 통합할 경우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비롯해 의학과 한의학으로 구분하며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논란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는데 양측 모두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2010년과 2015년 의-한-정 협의체에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왔고, 그 과정에서 의료계와 한의계가 대승적으로는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던 만큼 발전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봤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판을 깔아주고 복지부가 앞에서 당겨주니 이 기회에 해묵은 직역갈등을 해소하고, 보다 발전된 통합의료, 융·복합 미래의학을 만들어보자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 내부 공론화 과정에서 강한 반대에 부딛쳐 좌초됐지만 상당부분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도 보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한의협회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10일 합의문 수용불가 선언을 했다.

합의문 등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의료계와 한의계는 크게 ▶2030년까지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통합하는 안을 만들자는 것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전문가들의 논의기구(의료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 2가지로 요약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합의사항과 관계없이 협상은 결렬됐고 합의문은 사실상 파기됐다. 여기에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직역 간 거리만 더욱 멀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의협은 한의학에 근거한 한방치료로 발생한 부작용에 대한 치료를 생명이 위급하거나 중증질환을 야기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응급조치도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해당 의사가 속한 의료기관 밖에서는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한의협은 의료계에서 외면한 환자들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며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의약품을 포함한 응급의료용품을 구비하고, 법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서 천연물 유래 의약품이나 진단·검사용 기기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의사 vs 한의사, 직역갈등 방관하는 복지부… 속셈은?

문제는 이처럼 두 직역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진실공방의 형태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도 복지부는 방관자적 자세만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의체에 참석해온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최대집 의협회장과 최혁용 한의협회장을 함께 만나 의료일원화 논의를 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는 답만을 남겼다.

한의협에서 공개한 의료일원화 합의문 최종안이 도출됐는지, 도출과정에서 의협이나 한의협의 의견개진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두 집단 모두 수정의견을 내고 수용해서 안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만 답했다.

의료계와 한의계가 극도로 대립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의료기기 사용논란과 의사-한의사 이원화 체계에 대한 검토 등 각 직역이 요구한 안건에 대한 복지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두 단체가 기자회견을 한 것 일뿐, 정식의견을 정부에 해온 것이 아니므로 지켜보겠다”면서 유보적인 또는 방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직역간의 극한대립 상황에서도 복지부는 역시 복지부동”이라며 “교통정리를 위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건강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한의계 관계자는 “하다하다 의료계와 한의계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상황까지 왔는데 복지부는 외면만 하고 있다”며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미루려는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행태 같다. 진정한 의미에서 승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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