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보고서 반박 잇따라…트럼프·靑 입 모아 “새로운 사실 없다”

기사승인 2018-11-14 10: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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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신고한 미사일 기지 십여 곳이 확인됐다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발표의 허점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이미 알려진 시설을 비밀 시설로 왜곡했을 뿐더러, 미국과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시설 신고에 대한 합의를 이룬 사실이 없다는 지적이다.

CSIS는 12일(현지시간) 지난 3월 촬영된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 내 미신고 20곳 미사일 기지 중 최소 13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그중 하나인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단거리 미사일 운용 기지지만 중거리 탄도미사일 운용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한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뉴욕타임즈(NYT)는 이 보고서를 인용하며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in)를 쓴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기지 존재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 제재를 최대 외교 성과로 자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도 모순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논리적 비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먼저 삭간몰 기지는 북한이 지난 2016년 3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곳으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새로운 미사일 기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시 북한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장을 찾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또 위성사진이 촬영된 날짜는 지난 3월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이다.

‘미신고(undeclared)’라는 표현도 문제다. 북한은 미사일 기지를 만들고 다른 어떤 나라에도 신고할 의무가 없다. 또 미국과 북한 사이 아직 미사일 기지에 대한 협약과 협상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CSIS 보고서 반박 잇따라…트럼프·靑 입 모아 “새로운 사실 없다”북한 전문가들이 비판하는 지점도 이와 같다. 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CSIS 보고서의 제목(Undeclared North Korea: The Saakanmol Missle Operating Base)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이 보고서는 많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북한전문사이트 38노스는 이날 논평을 통해 “NYT가 북한 미사일에 대해 잘못 보도했다(misleading)”며 “아직 미국과 북한은 북한 미사일 배치를 금지하는 합의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그런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상응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보고서에서 공개된 미사일 기지 존재를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어긴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백악관과 청와대는 즉각 입장을 내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트위터를 통해 CSIS 보고서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며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발언했다. NYT 기사를 두고서는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며 “또 가짜뉴스가 나왔다”고 비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CSIS 발표 내용은) 한미 정보 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며 “또 ‘미신고 기지’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신고해야 할 어떤 협약도, 협상도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해당 기지를 폐기하는 게 의무조항인 어떤 협정도 맺은 적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NYT 보도가 트럼프 정부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려는 미국 민주당의 의도가 다분히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북미 협상이 교착단계에 머무른다는 관측이 나오자 대북 정책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 등을 예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고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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