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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에피톤 프로젝트 “끊임없이 물어요, 내 음악이 진심인지”

에피톤 프로젝트 “끊임없이 물어요, 내 음악이 진심인지”

이은호 기자입력 : 2018.12.07 08:00:00 | 수정 : 2018.12.06 21:21:36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1인 밴드 에피톤 프로젝트로 활동 중인 차세정은 2016년 여름, 영국으로 떠났다. 같은 해 2월 시작한 ‘이른 봄’ 콘서트 투어를 끝낸 뒤였다. 가방은 카메라 한 대와 렌즈 세 대, 노트북과 음악을 만들 갖가지 장비로 무거웠다. 그는 영국에서 만난 온갖 것들을 찍고 적고 기억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의 외장하드엔 5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사진과 영상이 저장돼 있었다.

작정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차세정은 아예 작은 방을 구해 영국에서 서너달을 살았다. 그는 궁금했다. 비틀스,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는 영국에서 무얼 보며 살기에 그렇게 음악을 잘 하는지. “기후의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서울 강남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세정은 “영국은 늘 비가 오거나 비 오기 직전의 날씨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 쌓은 기억을 토대로 정규 4집을 만들고 에세이도 한 권 썼다. ‘마음 속의 단어들’. 그는 두 작품에 같은 이름을 붙였다.

여행은 즐거웠지만 음반을 만드는 작업은 고통스러웠다. 차세정은 수도 없이 자아도취와 자학을 오고 갔다. 원하는 대로 곡이 써지지 않는 날엔 이제라도 다른 일을 배워야 하나 고민했다. 실마리가 풀린 건 지인의 조언을 듣고 나서부터다. 작업실을 찾은 지인에게 실험적인 노래를 하나 들려줬더니, ‘네가 처음 발표했던 노래의 느낌이 너의 본질인 것 같다’는 감상이 돌아왔다. 차세정은 그 때 머리가 ‘댕’ 울렸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두근두근하면서 음악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기술적인 면에 집착하던 때도 있었고요. 나의 본질, 나의 처음을 생각하다보니 첫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졌어요. 에세이에 제가 처음 쓴 곡을 제 첫사랑이라고 적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죠.”

차세정은 일찍부터 가수를 꿈꿨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음악을 전공할 수는 없었지만, 군 복무를 마친 뒤 혼자서 작곡 공부를 했다. 호기심이 그를 홀렸다. ‘컴퓨터랑 전자키보드를 어떻게 연결한다는 거지?’ ‘이 악기 소리를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다고?’ 궁금한 걸 풀어가는 사이, 그는 전업 뮤지션이 됐다. ‘유실물보관소’를 낸 뒤부터는 함께 작업하자는 요청도 빗발쳤다. 어느 날엔 일이 버겁다는 생각도 들었다. 차세정은 그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그는 이런 여행을 ‘도망’이라고 불렀다. 도망을 다녀오면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지곤 했다.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차세정은 진심이 담겨야 좋은 음악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무엇이 진심인지를 가리기란 쉽지 않다. 그는 “내 본질을 찾는 것이 음악을 하는 날까지 계속 풀리지 않는 숙제 같다”고 했다. 얼마 전엔 신곡을 준비하던 선우정아와 만나 진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둘은 ‘내가 어떤 곡을 만들었는데, 이게 정말 내 감정이 맞아?’ ‘내가 정말 내 감정에 솔직했어?’ 따위의 질문을 주고받았다.

“곡을 쓸 때마다, 이게 내 진심인지 아니면 어떤 감정을 습관처럼 꺼내서 쓰는 건지 고민해요. 그러면서 끊임없이 캐묻죠. 내가 음악을 하는 걸까, 일을 하는 걸까. 어쩌면 알량한 재능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정적인 이미지이지만 알고 보면 차세정은 뜨거운 남자다. 그를 추동했던 호기심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신이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요즘엔 유튜브를 자주 본단다. 특히 톰 미쉬(Tom Misch)의 채널을 즐겨 찾는다. 멋진 음악이나 공연을 발견하면 ‘나도 할 수 있는데’라며 의욕을 불태운다. 차세정은 “공연을 앞두고 있어서 힘이 넘치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음악 잘하는 사람들 보면 자극 받죠. 에피톤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EDM이나 힙합 트랙을 쓰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냥 저 혼자 들으며 즐길 것인지, 이걸 발표를 해야 할지 아직 고민이에요. 에피톤 프로젝트에게 기대되는 이미지를 깨야 하는지 지켜야 하는 지도 고민이고요. 또 다른 숙제가 생긴 거죠. 마미손 같은 프로젝트요? 하하. 그것도 재밌는 아이디어인데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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