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올해 전망…‘기회와 위기’ 공존

기사승인 2019-01-03 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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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올해 전망…‘기회와 위기’ 공존조선업계가 기해년(己亥年)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업황이 ‘수주절벽’(2016~2017) 대비 크게 개선됐고, 지난해 7년만에 글로벌 ‘수주 1위’를 달성했지만 과거 호황기와 비교해 본다면 수주물량, 선가 등 모든 것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주산업 특성상 실적 반영까지 1~2년이 소요되는 점을 상기해보면, 낙관론보다는 올해까지는 어렵다는 관측이 조선업계 안팎에서 지배적이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은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조사 결과에서 지난해 1~11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6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중 42%에 해당하는 1090만CGT를 수주했다. 이를 통해 7년 만에 글로벌 연간 수주 ‘세계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전 세계 연간 수주량에서 2011년 1위를 차지한 이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중국에 밀린 한국 조선업에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의 턴어라운드(Turnaround)가 시작됐다는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우선 개선된 시황이 반영되려면 최소 1~2년은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다. 조선업은 ‘수주산업’의 특성상 선박의 설계, 건조, 인도까지 대략 2년의 시간이 걸린다. 결국 지난해 개선된 실적을 거뒀더라도 수주 실적이나 업황 개선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따라 올해까지 조선업계의 매출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수주절벽 시기에 선박 수주가 급감하고, 수주했더라도 저가에 수주한 배들로 저조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고정비 인상도 발목을 잡고 있다. 선박 원자재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 두꺼운 철판)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후판 가격은 철강업계의 결정에 따라 t당 50만원대에서 원료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2번의 가격 인상을 통해 현재 t당 60만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올랐다.

문제는 조선업계가 이 상승분을 수주절벽 때 저가 수주한 선박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원가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수주했을 때 후판 가격은 t당 50만원 수준이었지만 후판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입장이다.

실제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12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후판 값을 비롯한 강재 가격 인상분 1370억원이 영업익에 반영돼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이 같은 고정비 부담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에서 후판 가격 추가 조정을 지난해 중순부터 예고했기 때문이다.

더딘 실적 반영과 원자재가 부담과 함께 호황기에 비해 미미한 실적도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호황기 수주물량, 선가, 영업익 등과 비교해보면 현재 실적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가로 따져보면 호황기 LNG운반선의 가격은 2억1000만달러대를 유지했다. 최근에는 많이 올라봐야 1억8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처럼 여전히 조선업계의 위기는 진행형이고, 전망도 ‘회복세’로 표현하기는 어려우나 올해부터 조선업의 불황 탈출의 조짐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는 2018년 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선(LNG)의 86%인 53척을 국조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가 발주한 덕택이다.

세부적으로 현대중공업이 25척, 대우조선해양이 18척, 삼성중공업이 18척을 수주했는데 세계 시장에서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벌크선(화물선)만을 수주한 것과 달리 국내 조선사들은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로 LNG선박에서 우위를 점한 결과다.

이같은 LNG선박 수주가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조선업 전망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긍정론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IMO)는 환경규제를 통해 2020년부터 세계 선박의 연료 배출 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 함유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LNG선박의 수요 증가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고, 미국의 세일가스 수출 증가 등으로 LNG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점을 반영했을 때 올해 역시 LNG선박 수주가 늘어날 것이며, 중국의 LNG선박 기술력이 한국 조선사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LNG선박은 세계적 친환경 흐름에 따라 수요가 점점 증가할 것”이라며 “게다가 중국 조선사들은 벌크선은 몰라도 LNG선박에 있어서는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후판가가 문제”라며 “원자재가의 20%를 차지하기에 가격이 오를 경우 경영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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