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의존’ 삼성물산 주택사업, 강남 재건축 시장 재진출 ‘귀추’

기사승인 2019-01-15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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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 의존’ 삼성물산 주택사업, 강남 재건축 시장 재진출 ‘귀추’

그동안 재건축 수주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삼성물산이 반포주공1단지(3주구)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 다시 한번 도전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무지개 아파트 수주전에 참여한 이후 입찰 경쟁에서 단 한번도 나서지 않았다. 또한 현재 분양 대기 중인 강남 재건축 물량도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삼성물산이 3년만에 강남 재건축에 진출한 것에 대해 업계의 인식은 각양각색이다. 강남 재건축 재진출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곧 재건축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 ‘계륵’으로 전락한 래미안, 삼성물산 주택사업 딜레마

몇해 전까지만 해도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선호한 브랜드였다. 실제 강남역 일대(서초구 서초동)는 삼성물산이 시공한 아파트로 둘러싼 ‘래미안 타운’으로 불리었다. 

하지만 합병 전후를 시점으로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래미안 브랜드는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최치훈 삼성물산 전 사장(現 삼성물산 고문)이 취임(2013년 말)한 이후 이 기업은 국내 주택사업에 소극적으로 접근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 수주 입찰에 참여한 이후 단 한번도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분양 대기 물량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통합3차’, 송파구 잠실동 ‘진주 아파트’ 등도 수주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단지다.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해왔던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쟁 입찰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조합원들이 래미안을 선호했던 것도 있고, 삼성물산이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택사업의 수주 잔고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3년 말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13조7801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8조3153억원으로 39.65% 감소했다. 게다가 주택사업과 관련한 인력도 이탈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래미안 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던 전문가 조차 현재 중견건설사로 자리를 옮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래미안’ 브랜드가 건설업계에서 미치는 가치에 비해 내부에서는 폄하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매각설’ 숱하게 돌만큼 그룹 내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물산의 지분을 쥐고 있는 오너 일가 삼남매(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모두 주택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래미안 브랜드 매각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래미안 브랜드는 삼성 계열사라는 프리미엄을 떠나는 순간 그 가치가 사실상 사라져서다. 또한 삼성물산 주택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는 기업도 없다. 또한 강남권을 비롯해 수많은 입주자들의 반발을 살 만큼 리스크를 짊어지기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 삼성물산, 반포1단지(3주구) 참여…주택사업 재개 시그널?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삼성물산이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수주전에 참여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조합은 기존 시공사였던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취소하고 수의계약 형식으로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삼성물산도 다른 대형사와 함께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 조합에 시공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반포주공1단지(3주구)엔 삼성물산을 포함한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포스코건설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 참여 의향서를 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조합 측이 현산과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시공사에게 수의계약 형식으로 시공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시공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다. 조합 측이 수의계약 형식으로 제안했지만 경쟁사가 워낙 많아 결국 입찰 방식의 수주전으로 가지 않을까 전망한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최근 행보에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이번 사업장의 규모가 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인 만큼 국내 대표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다. 또한 주택사업을 재개하려는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에반해 이번 재건축 수주 참여가 ‘찻잔 속에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A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실 조합 입장에서도 삼성물산의 참여는 화제성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다. 삼성물산도 향후 남아있는 분양 사업을 위해서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번 수주 참여가 곧바로 재건축 사업 재개로 이어지긴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7년 삼성물산이 강남권 재건축 초대어 ‘반포주공1단지’ 입찰을 포기한 바 있다. 반포주공1단지는 공사비 약 2조6400억원, 입찰보증금만 1500억원에 달하는 초대어 사업장으로 불리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해당 사업 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은 공동시행을 하자는 조합원 요구도 있었지만 입찰 과정에서 각종 논란을 피하기 위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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