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간 스타, TV로 나온 유튜버

유튜브로 간 스타, TV로 나온 유튜버

기사승인 2019-01-16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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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직장인 배윤경씨는 배우 신세경의 브이로그(Video+Blog·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를 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심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지난해 9월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개설한 신세경은 비정기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한다.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반려동물을 산책시킨 일, 외할머니와 나들이 다녀온 일 모두 콘텐츠가 된다.

‘연예인 유튜버’는 이제 낯선 존재가 아니다. ‘연예인 유튜버 1세대’로 꼽히는 개그우먼 강유미가 ‘좋아서 하는 채널’을 개설한 지 벌써 3년여가 지났다. 강유미는 유튜브를 시작하고 난 뒤 섭외가 끊겼던 방송가에서 다시 자신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화제가 되자 벌어진 일이다. 올해 66세가 된 개그맨 이홍렬도 6개월 전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첫 방송에서 “예전 TV 방송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와 있다”며 “나도 시대에 걸맞게 유튜브에서 뭔가를 만들어 즐거움을 드리고 시청자와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룹 에프엑스 멤버 엠버도 일찌감치 유튜브에 발을 들였다. 자신의 일상부터 커버 라이브 영상, 한국 문화 소개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톰보이’ 스타일을 즐기는 그가 ‘내 가슴을 찾아서’(FINDING MY CHEST)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자신에게 여성성을 강요하는 누리꾼에게 한 방 먹인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유튜브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또 하나의 스피커로 기능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유튜브로 간 스타, TV로 나온 유튜버방송 관계자 A씨는 연예인들의 1인 방송을 “SNS의 또 다른 발전 형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1인 방송 안에서) 어떤 의도를 갖고 행동하기보단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대중에게 호응을 얻었다고 본다”는 관점이다. TV 방송의 경우,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극화한 관찰 예능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편집 과정에서 제작진의 의사가 반영된다. 반면 출연자가 직접 기획·제작하는 콘텐츠에는 이런 외부의 개입이 없다. A씨는 “방송에서는 프로젝트의 규모가 클수록 고려해야 하는 게 많은 반면, 1인 방송은 더욱 자유롭다. 그래서 (1인 방송에서 보여준) 진정성이 대중에게 닿은 것 같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의 잇따른 유튜브 진출을 “뉴 미디어가 힘을 얻으면서, 새로운 플랫폼을 경험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TV로 대표되는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유튜브 등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정 평론가는 “연예인들도 자신들이 그동안 지지기반으로 삼아왔던 플랫폼을 벗어나서 새로운 플랫폼을 경험하고 그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반면 유튜브로 위시되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이름을 알린 유명 인사들은 TV로 진출하고 있다. ‘먹방’으로 유명한 입짧은 햇님은 tvN ‘놀라운 토요일’에 9개월째 출연 중이다. JTBC는 아예 유튜버를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지난해 7월 방송을 시작한 JTBC ‘랜선라이프 - 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이다.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 등 인기 유튜버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내보낸다. JTBC ‘날 보러와요 - 사심방송제작기’나 SBS ‘가로채널’ 등 연예인이 인터넷 방송에 도전하는 과정을 다룬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했다.

정 평론가는 이에 대해 “파급력으로만 따지자면, 연예인보다 1인 크리에이터(유튜버)가 더 강하다. 방송가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을 찾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며 “크리에이터들 입장에서도 (TV에 출연함으로써) 또 하나의 플랫폼을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TV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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