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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자의 트루라이프] 설 특집/ 함양시장서 전통간식 만드는 따뜻한 형제 이야기. 행복과 사랑 “맛내고 뻥튀기해요”

곽경근 기자입력 : 2019.01.26 06:00:00 | 수정 : 2019.01.28 16:13:45

“동생은 형이 고맙고, 형은 동생이 애틋하고” 경남 함양중앙시장에서 45년째 뻥튀기 가게와 한과 가게를 이웃에서 운영하고 있는 형 김종철(71·사진 좌측) 씨와 동생 김상규(65) 씨. 한 업종에 종사하며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형은 튀기고, 동생은 강정만들고-

-함양중앙시장에서, 웰빙전통간식 만드는 김종철 씨 형제 -

-‘형님먼저, 아우먼저소문난 형제우애 과시-

-설 앞두고 외지 사는 아들들, 힘든 부모 돕기 팔 걷어 붙혀-

-어버이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녀들-

-며느리들은 맛난 반찬과 건강식품으로 시부모 응원-

이른 아침 뻥튀기 가게를 찾은 박귀남(81) 할머니는 “매년 설이면 출가한 3남2녀의 가족이 함양에 내려온다. 자손들에게 줄 튀밥과 한과를 만들기 위해 왔다”며 “여기서 쌀을 튀겨서 바로 옆에 동생 집에 가서 땅콩과 깨를 섞어 달고 맛난 한과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경상남도 함양의 전통 5일 장날은 2일과 7일이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을 열흘 앞둔 27, 함양읍 용평리에 위치한 함양중앙시장은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시장 안은 장터를 가득 메운 좌판 사이로 설 대목장을 보러 온 사람들의 발길로 빼곡하다.

어물전과 과일가게, 옷가게, 방앗간, 함양곶감 판매장을 지나자 하는 소리와 함께 뻥튀기 가게 밖으로 흰 연기가 퍼지며 구수한 냄새가 시장통을 감싼다.

쌀과 보리, 옥수수, 떡국떡 등 곡식과 말린 돼지감자, 둥글레 등 뿌리식물들이 깡통에 담겨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목장을 보러 온 수십 명의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은 가게 한켠으로 길게 놓인 의자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뻥튀기 기계 앞에는 깡통에 담긴 쌀, 옥수수, 떡국떡, 보리, , 땅콩. 돼지감지, 둥글레, 우엉 등 다양한 곡물과 뿌리식물들이 줄지어 있다.

김종철(71) 사장의 지시에 따라 두 아들은 4대의 뻥튀기 기계의 압력과 곡물의 마른 정도에 따라 물의 양과 당도를 조절한다. 이른 아침부터 몰려와 곡물자루를 풀어놓은 손님들 덕분에 한 겨울 추위에도 삼부자의 얼굴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둘째아들 진현 씨가 땅콩을 튀겨내고 있다.

부산에 살던 둘째 아들 진현(39)씨는 4년 전 아버지가 몸이 아파서 힘들어하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아버지 일을 돕고 있다전남 광주에서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큰아들 진영(44)씨도 요즘처럼 가게 일이 바쁠 때는 주말에 내려와 아버지와 동생을 돕고 있다. 평소 말수가 적은 아버지와 달리 붙임성 좋은 어머니 민향분(67) 씨가 손님들과 다정하게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뻥튀기 기계의 압력을 조절하고 있는 큰 아들 진영(사진 오른쪽) 씨. 주말이면 직장이 있는 광주에서 함양까지 단숨에 달려온다. 진영 씨는 형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동생에게 떠 맡긴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이다.

한 됫박을 넣으면 한 자루가 나오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4대가 쉼 없이 돌아가는 김 씨 가게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비슷한 외모의 또 다른 김 씨가 열심히 강정을 만들고 있다. 튀밥과 땅콩, 물엿과 설탕이 알맞게 버무려진 맛난 강정이 롤러와 커팅기를 지나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바로 뻥튀기 김종철 사장의 6형제 중 셋째인 김상규 사장이다. 김상규(65) 사장 역시 아내 박정임(63) 씨와 두 아들과 쉴 새 없이 한과의 대표 격인 강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

27일은 대목장이라 정신없이 바쁜 박상규 씨 가족이 기자의 요청에 잠깐 시간을 내 기념 촬영을 했다. 세 번째가 형 진우 씨, 뒤가 동생 진철 씨다.

부산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상규 씨의 큰 아들 김진우(39) 씨와 마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둘째 아들 김진철(37) 씨도 주말을 맞아 부모의 일손을 돕기 위해 내려왔다. 두 집 며느리들은 제대로 식사조차 챙기기 어려운 시부모님을 위해 정성껏 만든 반찬과 건강식품을 보냈다.

동생 상규 씨가 물엿과 설탕을 넣어 끓이고 있다. 상규 씨는 물엿과 설탕의 비율, 온도가 맛있는 강정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뻥튀기를 하던 박정임(63) 씨는 “제가 처음 시집와서 모두 어려웠지만 큰형님은 늘 조그만 먹거리라도 생기면 동생들에게 나눠주셨어요. 정말 두 분 다 마음이 따뜻하다”고 전한다.

상규 씨 가게에도 뻥튀기 기계가 2대 있지만 턱없이 부족이다. 손님들은 형네 가게서 튀밥을 만들어 이곳에서 땅콩과 기타 재료를 넣어 강정을 만들어 간다. ‘형 좋고 동생 좋고이다.

강정을 주문했던 할머니가 자신의 강정이 제단기에서 나오자 갈고리를 이용해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함양시장서 우애 좋기로 소문난 김 씨 형제 부부와 효심 깊은 자녀들-

아무 것도 없는 6형제 집 맏며느리로 시집와 우리 형수님 정말 고생 많았지요. 우리 형님은 무뚝뚝해보이지만 정이 많으신 분이에요. 맏형 책임 다하느라 정말 힘드셨죠.”라며 어려운 시절 든든한 기둥으로 집안을 이끌어주신 두 분과 자신의 아내에게 늘 감사하다며 동생 김 씨는 잠시 목이 메였다.

김종철 씨는 아내에게도 늘 미안하고 고맙다. 시집온지 얼마 안되어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후로 다섯 동생과 자식을 돌보느라 허리한번 제대로 펴 본 적이 없단다.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던 시절을 함께 의지하며 살아온 김 씨 형제의 우애는 남다르다. 초등학교도 채 졸업을 못하고 자신의 입이라도 덜기위해 일자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던 상규 씨는 십대 후반 과자공장에 들어가 과자와 사탕, 제빵 기술을 익혔다. 20대 중반에는 버젓이 친구들과 과자공장도 차리고 결혼도 했으나 대형 제과 제빵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김 씨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상규 씨는 강정 가게를 차리고 제과점에서 익힌 기술로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강정을 만들어냈다

상규 씨가 믹서기에서 나온 강정재료를 골고루 펼치고 있다.

그 당시 큰 형 종철 씨는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자 동생은 설 대목이 가장 분주한 한과 사업에 형을 끌여 들었다. 농사일이 한가한 겨울철이라 종철 씨도 기꺼이 동생 일도 돕고 돈도 벌기 위해 뻥튀기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형과 동생이 함께 시작한 전통먹거리 사업이 45년째 이어지고 있다. 두 형제는 가게는 물론 집도 이웃해 살면서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으며 지냈다. 강정 만들기와 뻥튀기 일이 한가해지고 농번기가 돌아오면 반대로 동생은 형의 농사일을 돕는다.

“‘뻥’ 합니다.” 라는 소리에 한 할머니가 귀를 막고 긴장한다. 다행히 요즘 뻥튀기 기계들의 ‘뻥’ 소리는 예전만큼 크지 않다.

큰 집의 둘째 아들인 진현 씨는 부모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아버님, 작은아버님이 자랑스럽다.”라며 아버님의 사업을 이어 받아 전통 간식인 뻥튀기와 한과를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좀 더 다양화하고 고급화 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어른들의 우애와 사랑을 보면서 자란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친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낸다. 이들은 직장일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늘 고향의 부모님 일이 먼저다

아궁이 부지깽이도 나설 만큼 바쁜 요즘 금요일 저녁이면 두 집 아들들은 직장일이 끝나기 무섭게 가게 일을 돕기위해 고향으로 달려온다. 쇠락해가는 소도시 전통시장 한켠에서 힘든 노동일을 묵묵히 감내하며 대학공부까지 마치게 해준 부모님의 고마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떡국떡으로 만든 뻥튀기와 한과를 넉넉하게 만들어 오토바이에 싣는 할머니의 표정이 여유로워 보인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힘든 일도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며칠 안 남았다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6형제 가족이 모두 모이는 설 전후 두 집은 언제나 들썩들썩하다이들 의좋은 형제 부부는 설날아침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맛난 음식도 나누고 손주들에게 넉넉히 세뱃돈 줄 생각에 다시한번 힘을 낸다.

함양=·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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