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에도 여전히 발목 잡힌 치료용 대마 사용

기사승인 2019-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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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12일부터 의료용 대마의 수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수입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인해 환자들과 연구자들의 불만은 여전한 듯하다. 실제 연구용 혹은 의약품 개발용으로 수입하거나 재배할 방법은 사실상 막혀있는데다 환자 자기치료용 수입 또한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이뤄져 임상적용은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가치료용 수입의 경우에도 대체치료수단이 없다는 의학적 소견 등을 식약처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하고, 일부 적응증에 한해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된 경우에만 수입이 가능하다. 수입된 의약품 또한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받아야하는데 배달을 금지하고 있는 약사법 규정으로 인해 환자가 직접 수령을 하지 않을 경우 위법을 저지른 것이 될 우려도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식약처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접수된 일련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은 채 원안을 확정했을 뿐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외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대마유래 제품의 수입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국내 제약사 등에서의 의료용 대마 제품의 수입 후 약국 판매에 대한 건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용 대마 또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오·남용할 경우 개인을 포함해 사회에 보건상의 위해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그간 대마는 치료목적으로도 사용을 금해왔던 것”이라며 “희귀·난치 질환자의 치료기회를 확대하고자 국내 허가되지 않은 대마성분 의약품을 자가치료용으로 수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용 대마사용을 합법화한 후에도 오남용 또는 불법유통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므로 식약처의 취급승인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수입절차를 마련하게 됐다”며 “국내 수요와 시급성을 고려해 1~2주내에 수입·공급이 가능하도록 제도 시행 전 공급처와 협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희귀의약품센터에서의 불법 의약품 배송문제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환자 직접 수령이 원칙이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미성년자의 경우 등 예외적으로 대리수령 혹은 기타 배송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며 “대마관련 의약품 신청건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법 개정에도 여전히 발목 잡힌 치료용 대마 사용

하지만 환자들이나 의료진의 입장은 식약처와 달랐다. 당장 환자들은 국내수입이 가능한 대마성분 의약품은 뇌전증 치료제로 허가받은 에피디올렉스 뿐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는 “대마 문제에만 몰두해 하경련제와 진통제, 진토제 등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 간과하고 있다”며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한 복합부위 만성통증 질환을 앓고 있는 한 환자는 “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일반 상점이나 온라인에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오남용이 걱정된다면 출입출납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지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의 선택권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한한의사협회 또한 “전통적으로 대마를 이용한 한의학적 처방과 치료가 가능했다”며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필요할 경우 한의사가 대마전초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져야한다. 아울러 한의사 또한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대마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다시 손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경과 및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 또한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아직 미국을 포함해 해외에서도 의료용 대마의 효능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결과 등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임상현장에서의 효능은 인정되는 분위기”라며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의약품이나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라도 제한 확대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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