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면죄부 아냐”… 김기덕 감독 3억원 소송에 여성·영화단체 강력 규탄

“무혐의, 면죄부 아냐”… 김기덕 감독 3억원 소송에 여성·영화단체 강력 규탄

기사승인 2019-03-07 12: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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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 면죄부 아냐”… 김기덕 감독 3억원 소송에 여성·영화단체 강력 규탄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다수의 시민단체가 3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김기덕 감독을 강하게 규탄했다.

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성지1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영화감독 김기덕 3억 손해배상 청구소송 규탄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김기덕 감독이 본 단체에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영화 현장을 인권 침해의 현장으로 만든 건 김기덕 자신이다. 피해자와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한국여성민우회는 유바리 영화제 측에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개막작 선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주최 측은 “영화와 영화를 만든 개인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개막작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다만 김 감독은 영화제에 초청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김 감독은 지난달 12일 한국여성민우회의 행동으로 영화 개봉이 취소되고 해외판매와 개봉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3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은 폭행에 대해서만 500만원의 벌금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민우회의 행동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가 참석, 김기덕 감독의 행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남순아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손해를 입힌 건 한국여성민우회나 공대위가 아니라, 김기덕 감독 본인”이라며 “소송을 취하하고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유바리 영화제 측에 “귀 영화제의 초청 결정이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숙고하길 바란다”고 유감을 표했다.

MBC ‘PD수첩’ 박건식 PD는 “의견서를 낸 것에 불과하다. 의견표명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며 “영화제 측의 판단에 따라 수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가 한 명밖에 없다고 해서 한 명만 피해를 당한 건 아니다”라며 “취재 과정에서 많은 배우들을 만났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분도 많았다. 본인이 감내하고 있는 것일 뿐 피해사례가 없다고 하긴 어렵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모든 행동이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여배우 A씨는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김 감독이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며 2017년 8월 김 감독을 폭행 및 강요, 강제추행치상, 모욕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에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성폭력 관련 혐의를 무혐의 처분하고, 연기 지도 명목으로 뺨을 때린 혐의(폭행)에 대해서만 벌금 500만원 약식 기소했다.

A씨는 이후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김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A씨를 무고 혐의로, A씨 등의 인터뷰를 다룬 ‘PD수첩’ 제작진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맞섰다. 

그러나 검찰은 A씨의 주장을 허위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PD수첩’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배우들의 진술에 근거한 보도물을 제작했고, 김 감독에 대한 의혹이 명백한 허위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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