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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특집] 9대째 전통 숲 가꾸는 독림가 아홉산숲 문백섭 대표

곽경근 기자입력 : 2019.04.05 05:00:00 | 수정 : 2019.04.05 10:35:45


 

문 대표가 400년 넘은 보호수인 금강 소나무를 배경으로 서서 선친들의 업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00백년 넘게 전통 숲 가꾸고 지켜낸 문 씨 가문-

-치과의사이자 숲지킴이로 한평생-

-보호수 백여 그루, 대숲은 영화 촬영지로 각광-

-일반 개방 3년째, 숲 훼손 등 곳곳 문제점도 드러나-

-, , 지역 주민과 머리 맞대고 상생 모색-

-사람과 숲 속 생명체가 더불어 행복한 삶 설계 중-

잘생긴 금강소나무 아래 누운 주목들이 자리하고 있다. 문 대표는 최대한 자연 상태를 유지하기위해 주목들을 손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60년대 말 어느 초봄, 잠 많은 어린 장손을 이른 아침에 산으로 데리고 올라온 할아버지 문의순(1983년 작고)씨는 묘목을 손에 든 손자에게 말한다. “백섭아! 지금 네가 여기서 나무를 심지만 너도 이 나무 덕을 보지는 못 할 것이다. 하지만 너의 후대를 위해 선친들이 대대로 가꾸어온 이 숲을 네가 잘 가꾸고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씨 종택인 관미헌에 선친 사진들이 대나무 가림막을 배경으로 나란히 모셔져 있다.(사진 왼쪽부터 증조부 문진호· 조부 문의순· 부친 문동길)

남평 문씨 일족인 미동 문 씨 가문의 9대 장손인 아홉산 숲 생명공동체 문백섭(63)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형제들과 달리 유독 나무를 가꾸고 지키는 수업을 할아버지에게 혹독하게 받았다. 아홉산 일대는 문 씨 선조들이 나라에서 산을 관리하는 산역을 맡으면서 대대로 이어 관리했다. 문 씨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손인 자신이 언젠가는 이 큰 숲을 책임져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숲을 가꾸면서 부산에서 제재소를 운영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덕분에 일찌감치 부산으로 유학을 갔지만 방학이 시작되면 그는 언제나 고향인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아홉산으로 달려가야 했다.

두 팔을 쭉 벌려야 겨우 절반 정도 잡히는 금강 소나무.

문 대표는 부산에서 명문고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치의학을 전공했다. 군의관 생활을 마친 후 울산으로 내려온 문 대표는 종합병원에 잠시 근무한 후 30세가 되던 해 치과병원을 개업했다. 초년 개업의 시절은 너무 바빠서 고향의 부친께 실탄()만 전해드리고 조림과 육림은 아버님이 맡아 하셨다. 힘든 병원 일에 지쳐가던 문 씨는 홀연히 병원을 접고 1998년 중국으로 무작정 떠나 2년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장손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그는 타국 생활을 접고 2000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 곳 아홉산 숲에서는 대나무와 소나무, 참나무가 사이좋게 자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병원도 다시 문을 여는시점에서 아버지(문동길· 2000년 작고 당시 76)가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시면서 아홉산 숲의 모든 일은 고스란히 문 씨의 몫으로 돌아왔다. 언젠가는 운명처럼 예견된 일이어서 문 씨는 병원 일보다 숲을 가꾸고 지키는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그는 선친들이 그러했듯이 우직하게 숲 조성에 매달렸다.

문백선 아홉산 숲 대표가 2018년 10월 18일 ‘산의 날’에 대통령 포장인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고 있다.문 대표는 선친들이 받아야 할 상을 자신이 대신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 덕에 부산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지난 2011년에는 산림청이 모범 임업인에게 수여하는 우수독림가로 선정되었고 지난해 1018산의 날에는 대통령 포장인 국민훈장 동백장도 수상했다.

아홉산 숲 입구

-아홉산 숲은-

서울 남산보다 조금 높은 아홉산(해발 361m)은 산 위에서 내려 보면 아홉 개의 골짜기를 품고 있어서 붙여진 순수한 우리 말 이름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400여 년 전, 남평 문 씨 일파가 이곳 미동 마을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을 뒤편의 아홉산 약 52를 대대로 조림과 육림을 통해 정성껏 가꾸고 지켜내면서 오늘의 명품 숲을 만들어냈다. 9대 숲지킴이인 문백섭 대표는 해방 후 미군 불도저를 빌려 사유림에서는 최초로 임도를 닦는 등 지난 100년 동안 증조부와 조부, 아버지가 체계적인 조림의 틀을 잡았다고 말한다.

인공림과 자연림 사이로 잘 닦여진 임도를 따라 관람객들이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다.

 오랫동안 외부 사람 손이 타지 않아 원시림 같은 이곳 나무들은 하나같이 잘 생겼고 건강하다. 기장군청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수백 년 된 금강송은 두 사람이 한 아름 팔을 벌려도 손을 맞잡기 어려울 정도로 두텁다. 피톤치드 향 가득한 편백나무 조림지, 푸르디푸른 대숲, 참나무 조림지 사이로 철마다 꽃들이 피고 진다. 벌레를 잡기위해 나무를 두드리는 큰오색딱다구리의 울림 외에는 숲 속 새들의 지저귐이 편하고 여유롭다.

아홉산 숲에 자리한 두 개의 큰 맹종죽숲은 전국 최대 규모이다. 두 개의 대숲 중에서도 안쪽에 자리한 맹종죽숲은 약 만평에 달한다. 6-70년대 동래지역의 식당에서 얻어 온 잔반과 분뇨차로 비료를 주어 가꾸었다는데 대숲으로 들어서면 하늘이 가려 마치 밀림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숲 속 여기저기서 연인과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인생 샷 찍기에 바쁘다.

울산에서 대학친구들과 봄나들이 온 문호선(61·사진 좌에서 두번째) 씨는 “9대를 지켜온 명품 숲에는 대숲과 금강송은 물론 갓 피어난 야생화까지 우리 일행을 반겼다. 대숲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간간히 숲에서 음이온 가득 싣고 불어오는 바람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홉산 숲은 지난 2003년 산림청으로부터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도 지정됐다. 2002년에서 2003년 말까지 울산 생명의 숲의 식생조사 결과에서 멸종위기종인 대흥란을 비롯 총 529종의 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동물은 총 86종류로 희귀종으로는 멸종 위기 및 보호 야생물인 금개구리, 남생이, 자라, 새홀리기, 까치살모사의 5종과 천연기념물인 새홀리기, 새매, 붉은배새매, 소쩍새의 4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물의 분포도는 주왕산 국립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6년에는 수령 400년 이상의 수목 116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됐다.

편백나무 조림지

이렇듯 인공림과 자연림이 적절히 혼합된 아홉산 숲의 비경에게 문 씨 일가의 땀과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을 치르느라 수탈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도 종택이 놋그릇을 숨기는 척 짐짓 들켜 빼앗기는 대신 지켜낸 나무들이다. 일제의 손길에서 벗어난 아홉산 숲의 금강송들은 그래서 송진 채취 흔적이 없어 미끈하다. 도토리를 얻기 위해 메로 친 부위가 감염되 혹이 난 참나무들도 전혀 없다. 운 좋게 한국 전쟁의 참화도 숲에서 땔감을 구하던 어려운 시절의 피해도 선조들의 지혜로 지켜냈다.

아홉산 숲은 사진가들이 즐겨찾는 촬영 명소이다.

 훼손을 염려해 오랜 시간 전설 속 숲으로 남아있던 이곳 숲의 개방에 대해 문 대표는 한 지인이 영화촬영을 꼭 이곳 대숲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절대 비밀 조건으로 허락했는데 영화가 상영도 되기 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웃으며 말한다. 이후 군도, 대호를 비롯해 익히 알만한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 홍보영상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진달래를 비롯 봄꽃들이 숲 속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문 대표는 숲이란 소유주체와 상관없이 공공재다. 산과 숲은 보편적 복지개념으로 접근해야한다.”면서 숲은 산소를 공급하고 온도를 조절하고 도시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쉼을 주는 곳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 숲을 통해 방문객들이 숲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관미헌 전경’ 문 씨 일가의 살림집인 관미헌(觀薇軒)은 ‘고사리조차도 귀하게 여긴다’는 문 씨 가문의 자연에 대한 철학이 담긴 이름이다.

 숲에서 충분히 유의미한 시간을 보낸 후에는 아홉산 숲 입구의 문씨 종택인 관미헌도 둘러보자. 봄내음 가득한 관미헌 마당에는 1960년대 문 대표의 선친이 심은 거북 등껍질 모양의 구갑죽과 오죽과 황금죽, 보라색죽 등 보기 힘든 귀한 죽들과 한국 향나무, 백년 가까이 된 은행나무가 관람객을 반긴다.

1950년대 말 문 대표의 부친인 문동길 씨가 어렵게 구해 심은 구갑죽은 마디가 거북 등껍질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중국이 원산지이다.

관미헌 앞 정원의 한국 향나무

 - 아홉산 숲은 이렇게 운영 중이다

수백 년 호젓하게 살아온 나무들에게 갑작스럽게 찾아든 사람들은 불편합니다. 숲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은 숲도 직원도 하루는 쉽니다.”라고 아홉산 숲 서지영 사무국장은 말했다.

 아홉산 숲의 은 당연히 이곳에 살고 있는 동식물이다. 이들을 위해 이곳 숲은 방제도 하지 않는다. 나라에서 하는 항공방제도 아홉산 숲은 비켜간다.

숲은 사색하고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곳이지 웃고 뛰어노는 놀이터가 아니다. 인공적인 소리는 숲에 서식하는 모든 동식물들에게 스트레스다. 반려동물이 숲에 들어오면 자연생태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산림은 공공재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복지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사유림이라도 자연이 주는 혜택을 함께 누려야 한다.”는 것이 문 대표의 철학이다.

따라서 아홉산 숲을 방문하는 입장객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큰소리 내지 않기(핸드폰, 블루투스 스피커 사용금지)/ 스틱 등 등산용구 반입금지/ 반려동물 입장 금지/ 식물 훼손 및 채취를 금하고 있다. 한마디로 생태계에 방해되는 모든 행위는 금지다.

‘관람객들이 생각없이 대나무에 새겨놓은 낙서들’ 낙서 된 대나무를 베어낼 때마다 문 대표는 숲 폐쇄에 대한 갈등이 많이 든다고 솔직히 말했다.

 -아홉산 숲의 현재와 미래-

아홉산 숲이 속해 있는 기장군 철마면은 1972년 그린벨트로 지정되고 이어서 상수원보호구역이 되면서 주민들은 모든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철마면에서 터널만 벗어나면 바로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정관신도시가 펼쳐진다. 철마면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이 지역에서는 농토를 조금 넓히거나 나무 한그루 베는 일도 군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껏 산림이 잘 보존되고 청정 환경을 유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아홉산 숲이 일반 공개 되기 전 마을 주민과 어린이들을 위해 문 대표(사진 우측)가 대숲을 안내하고 있다.

문 대표는 아홉산숲도 보존하고 지켜가면서 브랜드가치를 높여 지역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임도를 넓히거나 안전시설물 설치, 주차장 확장 등 최소한의 개발도 법규제가 엄격하다. 요즈음 문 대표는 지역주민, 군과 시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아홉산 숲에서는 그동안 숲속음악회, 문화예술공연, 인문학세미나 등도 틈틈이 펼쳐 호응을 얻었다.

 

어느새 아홉산 숲은 국내뿐 아니라 부산에 유람선으로 입항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중국이나 대만에서 온 관광객들은 문 대표가 중국 유학 경험을 살려 직접 안내하기도 한다. 한때 문 대표는 개방 후 급속히 숲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홉산 숲을 보고 생겨난 주변 음식점과 카페, 마을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에 더 집중하고 있다. 아홉산 숲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철마면의 청정 환경에서 키워낸 토마토, 죽순, 표고버섯 등 무농약 농산물이 더 많이 팔릴 것이고 관광객들 역시 밭에서 바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을 바로 구매할 수 있으니 윈윈이다

"사람은 사소한 것에서도 큰 행복을 느낀다. 숲은 인문학적, 예술적 효용 가치도 높다. 음악회, 전통 공연, 미술 전시회 등도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군과 상의해 아홉산의 이름을 따서 아홉산 구경(九景)도 만들 계획이다문 대표는 조만간 치과의사로서 흰 가운을 벗고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생명의 숲인 아홉산 숲을 지키고 가꾸기에 남은 열정을 모두 쏟아 부을 계획이다그는 오늘도 인간과 숲 안의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설계 중이다.






부산=·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드론 및 인터뷰 촬영=왕고섶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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