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다시, 봄' 홍종현 "함께했을 때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고파"

'다시, 봄' 홍종현 "함께했을 때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고파"

기사승인 2019-04-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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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다시, 봄' 홍종현 ‘다시, 봄’(감독 정용주)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딸을 잃은 은조(이청아)가 되돌아가는 시간으로 인해 딸을 살리는 영화다. 그러나 딸은 영화의 중반 전에 살아난다. 그렇다면 은조는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할까. 영화 속 호민(홍종현)이 바로 영화의 열쇠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종현은 “은조의 딸이 사고를 당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며 “제작진도 이 영화를 대체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싶어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고 웃었다.

“은조의 딸이 당한 사건 외의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영화 전체의 줄기를 모두 말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외에는 점점 말을 아끼게 되고, 윤곽을 보니 영화가 가진 분위기가 점점 진지하고 심각해졌어요. 하하. 언뜻 보면 소재도 그렇고 무거워 보이지만 사실은 판타지 힐링 영화입니다.”

‘다시, 봄’은 ‘타임 리와인드’를 표방한다. 하루씩 시간이 뒤로 가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내면 다음 날 어제가 찾아오고, 어제를 살아내고 나서 눈을 뜨면 다시 어제의 어제가 찾아오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연기에도 애로사항이 많았다. 홍종현이 맡은 호민은 은조를 매일 만나지만, 내일이 오지 않는 상황이라 항상 그녀를 처음 보게 된다. 매 장면이 어려웠던 것은 당연하다.

“제가 맡았던 모든 캐릭터가 각각의 어려운 면이 있었지만, 호민이도 꽤 난해했어요. 매 순간 호민이가 처한 상황이 다 다르고, 그 상황마다 모르는 여자를 만났을 때의 각기 다른 행동과 말투를 고민해야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만은 일관되게 유지해야 했죠. 같은 사람이 상황마다 뭘 얼마나 달라야할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있긴 있죠. 항상 새롭게 대하면 되니까. 하하.”

그가 가장 어려운 장면으로 꼽았던 것은 영화의 극초반이다. 은조와 호민이 만나는 부분. 호민은 관객이 미처 모르는 사건 때문에 은조를 알고 있다는 티를 내고, 그녀에게 ‘만약 우리가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어떨 것 같냐’고 먼저 묻는다. 관객과 은조 입장에서는 ‘이 남자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생경한 물음이다. 하지만 도리어 그 물음은 관객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영화를 보도록 하는 자극을 유발한다. 고생한 만큼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물론 그 자극은 홍종현의 마스크에서도 나온다. 좋은 사람인 듯, 언뜻 보면 나쁜사람인 듯. 양극이 공존하는 그의 얼굴은 호민이 은조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의도 때문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최근 방영중인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에서도 처음에는 은근히 얄밉다가도 나중에는 설레게 되는 한태주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예전에 어떤 분이 제게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너는 정말 나쁘게 생겼는데, 또 착하게 생겼다. 되게 좋은 거야.’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넘어갔어요. 하하.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떤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아요. 악역도 해봤고, 밝은 캐릭터도 하고 있죠. 어찌 보면 나빠 보일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또 밝은 역할을 하는데 무리도 없거든요. 물론 일부러 선악을 보고 캐릭터를 고르거나 하지는 않아요.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요구에 맞춰서 연기할 뿐이죠. 끌리는 캐릭터는…. 제가 연기 안 해봤던 모습을 가진 캐릭터들에 끌리긴 해요.”

“차갑거나 따뜻하거나, 어느 쪽이 편하다고 고를 수는 없어요. 전부 다 연기니까요. 차갑고 악한 캐릭터를 하다 보면 따뜻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생기고, 또 따뜻한 캐릭터를 하다 보면 강렬한 캐릭터에도 끌리고 그런 식이죠. 굳이 나눠서 뭐는 하고, 뭐는 안 하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진 않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어느 곳으로든 가지를 뻗을 수 있는 직업이다. 홍종현이 데뷔 후 10여년동안 그려온 그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아주 나중에라도 홍종현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인생을 돌아봤을 때, 그가 그리고 싶은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 

“사람으로서의 홍종현은, 주변 사람들이 함께했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든, 친구든간에요. 배우로서의 홍종현은…. 글쎄요. 작품은 많이 했으면 좋겠고,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도 넓었으면 좋겠어요. 똑같은 대본이라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면 다 다른 연기가 나오잖아요? 제가 하는 연기도 저만의 색이 확실히 보였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지금처럼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봄’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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