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마동석 “주연 맡은 지 겨우 2년… 지금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마동석 “주연 맡은 지 겨우 2년… 지금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기사승인 2019-05-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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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요즘 액션이 가능하고 자기 브랜드화가 가능한 배우들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런 사람들을 아시아권에서도 찾고 있다고요.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감사하게 생각하죠.”

배우 마동석이 국제무대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가 주연을 맡은 국내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이 칸 영화제에 진출한 데 이어, 할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될 계획이 잡혔다. 마블 신작 영화인 ‘이터널스’에 캐스팅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해외보다는 국내 영화 걱정이 더 컸다. 첫 칸 영화제 방문에 대해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영화의 국내 흥행을 먼저 생각했다. 또 ‘악인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과정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면서도,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이야기가 나오자 쑥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창피하고 쑥스럽죠. 과찬이에요. 저는 제가 횃불을 들고 ‘나 이거 할게’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하다 보니까 장르 액션을 더 하고 싶다는 마음에 하게 된 거죠. 감독님들도 마동석 브랜드화된 캐릭터를 원하세요. 저도 지금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지만, 배우는 감독이 원하는 걸 드려야하기 때문에 맞춰서 하고 있어요. 어떤 감독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가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프로듀서로서, 배우로서 제가 맡은 바를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영화 ‘챔피언’부터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 황소’까지. 마동석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가 지난해에만 다섯 편 개봉했다. 주로 조연을 맡아온 마동석이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와 함께, 매번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마동석은 주인공을 맡은 지 겨우 2년 됐다며 이미 예상한 반응이라 했다.

“어차피 모든 배우가 자기 몸에서 나오는 연기를 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남의 몸을 써서 연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치 악기가 같은 거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어도 결국 그 악기에서 나온 소리잖아요. 영화를 100편 찍으면 다양한 역할을 해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요. 그건 얼마나 띄엄띄엄 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 이제 곧 나이가 오십인데 4년에 하나씩 좋은 캐릭터를 맡아서 세 편만 찍고 죽고 싶진 않아요. 제가 스무 살이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전 이제 주연 맡은 지 2년 됐고 형사 역할도 한 번 밖에 안 해봤어요. 악당 주연도 이번이 처음이고요. ‘챔피언’에서의 제 모습과 ‘악인전’의 제 모습을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고,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누가 뭐라든 보는 사람이 맞는 거죠. 제가 예전에 찍은 영화들의 개봉이 미뤄지면서 같은 해에 개봉한다고 했을 때 식상해질 거란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찍은 영화니까 열심히 끝까지 하고. 새로운 영화는 새롭게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처럼 ‘악인전’에서의 마동석은 이전과 조금 다르다. 비슷한 유머 코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더 강력한 힘을 자랑하고 감정표현에도 적극적이다. 사건에서 한발 물러서서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에 가깝게 끌어오던 그만의 장기를 더 발전시킨 느낌이다. 마동석은 연기 톤을 조금 바꿨다고 설명했다.


[쿠키인터뷰] 마동석 “주연 맡은 지 겨우 2년… 지금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번 영화에선 화법을 좀 바꿨어요. 대사를 말할 때 힘을 빼고 느리게 했죠. 평소 폭력적인 영화를 연기할 때는 경쾌하고 조급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번 역할은 차분하게 가라앉히면서 위압감과 살벌함을 느끼게 해야 하는 면이 필요했어요. 또 클로즈업이 많은 영화라서 디테일한 작은 부분도 신경을 썼고, 액션도 동작들을 급하게 하기보다는 폭력성이 더 있어 보이게 하려고 했어요. 영화가 전반적으로 서스펜스와 느와르 풍인데 스릴러라 연기 톤을 잡기 어려웠어요. 느와르는 정적이고 무게감 있게 해야 하는데, ‘악인전’은 정적으로만 할 수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죠.”

마동석은 최근 영화를 제작하는 프로듀서 일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한 것이 도움이 됐다. 배우나 똑바로 하지 같은 편견이 있을까 봐 얘기를 안 했을 뿐 이미 5년 전부터 회사를 만들고 작가들과 의논하면서 영화를 제작해왔다. 경찰 역할을 꼭 하고 싶어 만든 ‘범죄도시’도 그중 하나다. 인터뷰 내내 영화 이야기를 반복한 마동석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요. 어떻게 보면 영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굉장히 일부인 문화 활동이잖아요. 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생명 같은 것일 수 있어요. 저는 ‘록키’라는 영화를 보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어요. 제 삶을 통째로 바꿔놓은 거죠. 그래서 저한테는 영화 그 이상이에요. 재미로 볼 영화도 있지만, 가끔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영화도 찍어보고 싶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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