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남길 “‘열혈사제’ 김해일, 필살기 모두 써서 연기한 캐릭터”

기사승인 2019-06-01 0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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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김남길 “‘열혈사제’ 김해일, 필살기 모두 써서 연기한 캐릭터”

“인생 캐릭터요? 그렇게 말하면 제가 가진 필살기를 다 쓴 느낌인데…. 사실 김해일을 그렇게 연기하긴 했어요. 이 작품 이후를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죠. 하지만 앞으로도 보여드릴 게 많아요.”

SBS 금토극 ‘열혈사제’의 김해일은 배우 김남길에게 맞춤옷 같은 캐릭터였다. 10년 전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것처럼, 김남길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들었다. 김남길이 아닌 김해일은 상상이 어려울 정도로 역할에 딱 맞는 호연을 보여준 덕분이다.

최근 서울 학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종영소감을 묻는 말에 “허전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20부작을 완성하는 6개월의 시간동안 가족보다 자주 만난 출연진과 배우진이 그립다는 설명이다. 그는 “후반부에는 몸도 지치고 힘들어서 끝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끝나니 모두가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제와 특수요원, 가벼움과 무거움을 넘나드는 김해일과 구담구 사람들 덕분에 시청자들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TV 앞에 앉아 웃을 수 있었다. ‘열혈사제’는 SBS 금토극의 첫 포문을 여는 작품답게, 시청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를 지향했다.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각종 패러디도 넘쳐났다. 지상파에서는 낯선 시도였기 때문에, 배우들은 표현의 적정선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처음 1·2부 초고를 받았는데, 김해일의 대사가 제 말투와 많이 닮았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박재범 작가님께서 제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대본을 쓰셨대요. 그 말에 혹해버렸죠.(웃음) 사실 저는 제 캐릭터가 조금 더 묵직한 느낌으로 풀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작품 초중반부터 굉장히 가볍게 표현됐죠. 드라마 자체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지만, 무겁지 않게 흘러갔고요. 결과적으로는 박재범 작가님이 의도한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유쾌한 ‘톤’이 정답이었던 것 같아요.”

김해일이 구담구 사람들을 한데 모았던 것처럼, 김남길은 촬영현장에서 모두를 아우르는 역할을 해냈다. 김남길이 생각하는 진정한 주인공이란, 자신의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김남길은 ‘열혈사제’에서 다양한 배우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점이 무엇보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함께 했던 배우들 중엔, 모난 사람이 없었어요. 모두가 작품에 대한 간절함도 있었고요. 시청률이 잘 나왔는데도 개인의 욕심 때문에 드라마의 방향을 해치는 배우가 한 명도 없었죠. 앙상블이라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었어요. 드라마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았던 데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배우들이 작품 안에서 잘 살아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촬영 중 부상을 입었지만, 진통제를 먹으며 액션을 소화한 이유도 작품과 참여하는 배우들의 흐름이 끊길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작품의 맥을 끊고 싶지 않았단다. 액션 장면에서 거의 대역을 쓰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부상 이후에 액션을 하려고 하면 이하늬 씨가 나타나 걱정 어린 잔소리를 해줬어요. 동료 배우들이 든든했기 때문에 의지하면서 잘 마칠 수 있었죠.(웃음) 일단 지금은 차기작을 찾기보다 몸을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주력하고 싶어요. 정상적인 상태에서 연기하는 것과 약을 먹으면서 참는 것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영화 ‘해적’ 시리즈에 함께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민폐를 끼칠 바에, 제가 빠지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죠. 건강을 찾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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