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 디자인하는 日 유니클로, 배달 안 해”…불매운동 배송으로 확산

기사승인 2019-07-24 11: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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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택배 노동자들은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UNICLO) 제품 배송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00여명의 모든 조합원이 유니클로 제품 배송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일본제품 판매를 거부하고 전국의 노점상도 투쟁에 동참하는 등 더욱 확산되고 있다”며 “택배 노동자도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 유니클로 배송 거부 등 범국민적 반일 물결에 동참을 선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니클로는 전범기인 ‘욱일기’를 디자인으로 사용해 온 대표적인 일본기업이며 불매 운동이 ‘오래 못 갈 것’이라고 우리 국민들의 투쟁을 폄하한 기업”이라고 지적하면서 “유니클로 배송 거부 인증샷을 시작으로 실제 배송 거부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전범기 디자인하는 日 유니클로, 배달 안 해”…불매운동 배송으로 확산이번 배송거부에는 유니클로 제품을 주로 배송한다고 알려진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900여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택배 상자 외부에서 유니클로 로고를 확인한 뒤 자체 제작한 배송 거부 스티커를 부착, 물품을 사측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수익 저하도 예견했다. 김진일 정책국장은 “모든 국민이 자신들의 피해를 감안하면서도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우리 노동조합원들도 배송 수익 저하를 감수하고 범국민 움직임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사측의 반발은 없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정책국장은 “관련해서 피드백은 없었다”면서 “현재 국내 분위기를 사측도 감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택배 차량에 ‘일본의 경제 보복행위를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힌 차량용 스티커를 부착한 뒤 인증 사진을 찍어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할 계획이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은 지난 11일 촉발됐다.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오카자키 다케시 재무책임자(CFO)는 같은날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의 불매 운동에 대해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실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해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반일 감정이 증폭되면서 지난 21일 수원 시내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는 40만원 상당의 진열 상품이 빨간 립스틱으로 훼손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매장 측은 누군가 고의로 훼손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반일감정은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규제 품목은 일본이 전세계 생산량에서 우위를 점하는 소재들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리지스트는 전 세계 생산량 중 90%가 일본에서 나온다.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또한 일본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점유 중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은 전범 기업인 신일철주금이 피해자에게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기업은 한·일청구권 협약 등을 이유로 들며 이를 거부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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