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사장은 당연직 전기협회장...깜깜이 운영에도 관리 안 돼

회원사 아닌 회장사로 불리며 사실상 ‘군림’…잇단 논란에도 정보공개 안해

기사승인 2019-08-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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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산업과 국가경쟁력의 강화,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1965년 설립된 대한전기협회가 정작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입맛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전기협회 회장은 줄줄이 한전 사장이 겸직해왔다. 35대인 현 김종갑 회장은 물론이고, 34대 조환익 회장, 33대 김중겸 회장, 32대 김쌍수 회장을 비롯해 그 이전부터 회장직은 당연하게 한전 사장의 또 다른 직함이었다.

게다가 실질적인 협회운영을 관장하는 상근부회장직은 공공연히 산업부 출신 고위공직자 자리라고 인식돼왔다. 노무현 의원실 보좌관과 대통령후보 경선캠프 조직관리실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캠프 정무특보로 뛰었던 김동수 현 상근부회장이 특별한 경우로 취급될 정도다.

심지어 이번 김종갑 집행부에서는 전무이사로 한전 남서울지역본부장, 관리본부장을 역임하고 한전 인재개발원장을 지냈던 심유종 전 원장이 자리를 차지했다. 때문인지 전기협회를 향한 주변의 감시나 견제, 관리·감독은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산업부가 최근 10년 간 협회에 지원한 예산이 489억원에 이르고 있는데도 관리 및 감독은 대단히 부실했다”면서 협회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경영, 산업부의 관리·감독 부실문제를 여러 사례들을 근거로 감사원 감사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지적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전기협회는 영리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과 한전 및 한수원 등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KEPIC(한국전력산업기술기준) 사업을 수익창출수단으로 전락시켰다.

게다가 2017년 수도권의 한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했다가 국정감사 기간 중 문제가 제기되자 급하게 회원권을 매각하는가하면, 직원들의 자녀 학자금 지원을 별도 규정 없이 시행하면서 2016년 한 해에만 학자금으로 1960만원을 지원했다.

감사실장은 기획처장이 겸임하며 사실상 감사체계를 무력화시켰다. 협회가 간사단체로 있는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 사무처는 상근 직원 1명을 배치하며 4000만원을 들여 사무실을 리모델링하는가하면, 사무총장의 재떨이까지 사무용품비로 사는 등 협 회비를 낭비했다.

한전사장은 당연직 전기협회장...깜깜이 운영에도 관리 안 돼

이뿐이 아니다. 전기업계 일각에서는 의사결정과정에 관여하는 대다수의 회원사들이 공기업인 한전과 한전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발전자회사 등 한전과 관련된 기업이 주축이 된 회원사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출신 인사가 상근부회장으로 실무를 담당하고 있어 현장의 목소리, 특히 한전 등과 얽힌 갈등이나 민원은 해결은커녕 묵살되기 일쑤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같은 구조는 크게 바뀌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협회는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해 정부와 협상과 협조를 하는 조직이지만, 전기협회는 사실상 정부 산하 기관과 마찬가지”라며 “누가 나서서 바꾸려하겠냐”고 반문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바꾸려 했지만 쉽지 않다. 바꾸려면 드러난 자료를 근거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하는데 공시조차 하지 않는다. 산업부를 통해서라도 자료를 구하려 했지만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허술한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문제가 많다는 것은 알지만 이를 증명하고 개선을 촉구할 근거가 턱 없이 부족하다”면서 “사실상 국민의 혈세와 전기료가 한전이나 정부를 통해 협회로 들어가지만 정보공개법에 영향을 받지 않아 어떻게 쓰이는지 일반 국민이 알 수 있는 방법이 뚜렷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8년 국정감사에서 조배숙 의원이 지적했던 전기협회의 방만경영 등에 대한 산업통산자원부의 조사결과는 현재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조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산업부가 개선사항 등을 의원실에 전달했지만 비공개를 전재로 해 공개가 곤란하다”고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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