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인보사‧메디톡스‧엘러간 사태 수습 중

[기획] 올 상반기 의약품‧의료기기 이슈

기사승인 2019-08-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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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약심위 운영 방안 검토, 의약품 허가‧심사 과정 개선

제약사 행정조사 전 불시점검 진행, 인공유방 부작용 피해보상 마련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사태, 메디톡스의 불량 보톡스 불법유통 및 허가과정 주주 참여 의혹, 엘러간의 희귀암 발병 인공유방 관리 실태까지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특히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관리‧감독 역할을 수행해야 할 기관의 허술한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이라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커져만 가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사태 수습 및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 착수한 상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들과 식약처 대응 상황을 짚어봤다.

 

◇ 인보사 사태 후 중앙약심 운영 검토·의약품 허가, 심사 과정 개선 나서

올해 초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회사가 제출한 연골세포와 다른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된 사건이 발생했다.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주요 사실을 숨기고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2017년 국내 허가 이후 2019년 3월 판매 중단 시기까지 3700여명의 환자에게 투여됐고, 식약처는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에 15년간의 추적조사를 명령했다.

인보사 사태는 의약품 허가 및 관리 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허가 시 제약사의 제출 자료에만 의존하는 현행 체계는 회사의 고의적 은폐행위 등에 노출될 수 있어 이 단계에서의 검증 절차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제2의 인보사 사태’ 발생 방지를 위해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한 상태다. 연구개발단계부터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세포의 채취부터 처리·보관·공급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안전 및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신약의 경우, 개발 초기 단계에 실시된 시험자료에 재검증이 필요하면 최신의 시험법으로 다시 시험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중요한 검증요소는 식약처가 직접 시험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또 최초개발 신약, 첨단기술 등 보다 전문적 심사가 필요한 경우 품목별 특별심사팀을 구성·운영하고, 내부 교차검토와 함께 외부 기술자문을 실시하는 등 심층적 심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허가·심사 역량강화를 위해서는 전담인력 확충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공무원 인력풀이 정해져 있어 외부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추가 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문성 확보를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정기 워크숍도 진행한다.

업체의 허위자료 제출 또는 고의적 은폐행위에 대해서는 약사법 개정으로 제재조치를 강화한다. 관련 개정안은 발의된 상태다.

식약처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의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전반적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인보사 허가 당시 중앙약심은 약 두 달여 만에 ‘불허’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었는데, 이때 반대 중앙약심 위원들을 교체해서 허가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명을 하자면, 1차 회의에 참여했던 위원이 2차 회의 때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보통 약심위가 열리면 9명이 참여하고, 1~2명은 개인사정으로 불참한다”며 “위원들이 제약사와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약대 교수들은 모두 이해관계자이고, 약대 교수 중에 중앙약심위원이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확인되면 심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불량 보톡스 유통 의혹 메디톡스 검찰 조사, 불시점검 한 차례 시행

지난 5월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 생산 과정에서 멸균작업이 시행되지 않았다는 권익위원회 공익신고가 접수된 이후, 불법 유통 및 허가 과정에 주요 결정권자 참여 등 메디톡스 관련 이슈가 연이어 제기됐다.

JTBC, 뉴스1, KBS 등 관련 보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생산 과정에 필요한 동결건조기 멸균작업을 이행하지 않고도 실제 무균을 한 것처럼 차트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다. 또 불량품 생산율을 줄이기 위해 정상 제품의 제조번호를 불량품 제조번호로 교체하고, 실험용 원액을 판매용 제품에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함께 허가 전 임상시험과 별개로 샘플 형태 의약품이 불법으로 유통돼 일부 시술도 이뤄졌으며, 허가 과정의 주요 결정권자가 주주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식약처는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1차 조사를 벌였으나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한 상태다.

품질 문제에 대해서는 안전성 검증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메디톡스 관련 의혹들은 공정성 차원에서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의혹이 제기된 제품의 안전성 여부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조소에 대한 식약처의 부실 점검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기존에는 의약품 등 정기 점검의 경우 행정조사 실시 전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서면 통지하고 있었다”며 “앞으로는 사전예고 없이 불시 점검하는 비율을 높이겠다. 이미 한 차례 메디톡스에 대한 불시점검을 시행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여름엔 시설 개보수 등의 이유로 많은 제약사가 통으로 쉬어서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조사 땐 특별히 확인된 것이 없고, 앞으로도 불시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인보사‧메디톡스‧엘러간 사태 수습 중

◇ 희귀암 발병 인공유방 국내 11만개 유통, 이달 말 피해보상 방안 제출

엘러간사(社)의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후 희귀암이 발생한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에 식약처는 이식환자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 등을 업체가 마련해 제출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앞서 엘러간은 문제가 되고 있는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이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하 BIA-ALCL)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미국 FDA의 지적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고 있다. BIA-ALCL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 암의 한 종류로 유방암과는 별개 질환이다.

국내에는 2007년 허가 이후 약 11만개가 수입됐으며, 최근 3년간 약 2만 9000개가 유통된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보상 가능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이용자들은 엘러간 본사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내 한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오는 31일까지 참여자를 모집하고, 9월에는 1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엘러간은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해 식약처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엘러간은 “본사와 협의한 결과, 환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을 8월 30일까지 식약처에 제출하기로 했다”며 “식약처에 보상 방안을 제출한 이후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것이다. 앞으로도 당국의 요청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피해보상 범위가 다양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상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치료비는 물론 정신적 피해 부분까지 전반적인 검토와 장기추적조사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또 글로벌 회사이다 보니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보건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조금 늦어졌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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