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도 놀란 '조국반대' 시국선언...전국 의사 5153명 몰려

의사 5135명 자발적 시국선언...의사협회 "예비의료인 윤리, 면허 문제 면밀히 검토"

기사승인 2019-09-2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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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도 놀란 '조국반대' 시국선언...전국 의사 5153명 몰려

개별 의사들이 온라인으로 시작한 '조국 반대' 시국선언에 의사 5000여명이 몰렸다. 전국 의사 4%에 해당하는 숫자다.

23일 '정의가 구현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원하는 대한민국 의사들(이하 대한민국 의사들)'이라고 밝힌 의사 모임은 지난 18일 오후 1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진행된 '조국 퇴진, 조국 딸 퇴교' 서명운동에 의사 5153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SNS를 통해 확산된 이번 서명운동은 의사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추진됐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공식 의사협회가 관여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결과다.

다만, 참여인원 검증에는 의사협회도 참여했다. 의협은 시국선언 참여자 총 5356명 가운데 협회 회원 면허번호를 대조해 허수 203명을 가려내 최종 5153명의 참여를 확인했다. 현재 의사협회에 등록된 의사 면허 보유자 수는 약 13만명이다.

의사 모임 '대한민국 의사들'이 요구하는 바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과 딸 조모씨(28)의 의학전문대학원 퇴교 조치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예비의료인의 길에 들어선 조국 법무부장관의 딸이 입학시 제출한 서류들 중 다수가 위조되거나 허위발급된 서류였음이 드러난 상황"이라며 "고의적인 비윤리적 행위를 통해 예비의사가 된 사람의 퇴교를 의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다수의 범죄 행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가족과 공동체인 신분이고 사실상 피의자 신분인 자가 이 나라의 정의를 수호하는 핵심적인 자리인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오르고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모멸감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번 서명운동을 주도한 의사들은 의사협회 측에도 '조국 반대'운동에 공식 나설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또한 서명운동 참여자 공개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다. 이들은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있고, 실명공개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다만 서명자의 성과 면허번호 뒤 3자리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의사 회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5000명을 동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금일 아침 회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시국선언 등에 대해 의협이 정식으로 나서달라는 것이다. 의사회원이 총 13만명인데 이 중 5000명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놀라운 결과"라며 "회원들의 목소리인만큼 협회도 참여자 검증에 지원했고 회원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를 거칠 것"라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우선 오는 25일 정기상임이사회에서 '예비 의료인의 의사 윤리'에 대해 들여다 볼 계획이다. 박 대변인은 "협회와 의료계는 수년간 의사들의 윤리문제, 국민 눈높이에 맞춘 자정작용에 대해서 강조해왔다"며 "협회가 예비의료인을 준회원으로 놓고 면허관리 등 자정활동을 할 수 있는지는 면밀하게 들여다 볼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교육부 등과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뒤에도 의료계 반대가 거센 원인에는 '의학 논문 위조 사건'이 의사들의 논문 트라우마, 자존감 등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문재인 케어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도 함께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현직 의사 A씨는 "많은 의사들이 논문 트라우마를 공유한다. 안 그래도 힘든 전공의 3~4년 동안 논문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한다. 심지어 전공의과정을 마치고도 논문을 못 써서 전문의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힘들게 얻거나 얻지 못한 결과를 누군가 쉽게, 부정한 방법으로 얻었다고 하니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 B씨는 "의료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인 의사들의 이야기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고 문재인케어를 펼치는 사람이 자기 자식은 의사로 만들고 싶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만약 딸이 의사가 되고 나면 그의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는 "자식 문제와 별개로 본인 자체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말에 부합하는 사람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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