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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루카스 그레이엄 “무대 위에선 애쓰지 않아도 자유롭다”

루카스 그레이엄 “무대 위에선 애쓰지 않아도 자유롭다”

이은호 기자입력 : 2019.10.05 15:27:37 | 수정 : 2019.10.18 13:43:03

사진=워너뮤직 제공

덴마크 밴드 루카스 그레이엄의 보컬 루카스 그레이엄은 음악가가 되기 전 로스쿨에 다니는 법학도였다. 그가 음악을 업으로 삼겠다고 말한 날, 그의 어머니는 우셨다. ‘나는 저 뮤직맨(Music Man)들을 믿을 수 없다’며 아들을 말렸다. 그레이엄은 어머니를 다독이며 말했다. “하지만 저는 저를 믿을 수 있어요.” 5일 오전 서울 테헤란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레이엄이 들려준 얘기다.

그레이엄의 음악은 흔히 ‘게토 팝’(Ghetto Pop)이라고 불린다. 그의 음악 근거지가 게토(빈민가)라서다. 그레이엄이 유년기를 보낸 크리스티아니아는 ‘히피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과 집 없는 부랑자들이 뒤엉켜 있는 곳, “가로등도 없고, 경찰과 주민은 늘 싸우고 있고, 개들은 목줄 없이 다니는” 곳이다. 그레이엄은 이런 성장환경이 자신을 자립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청소년기엔 누구와도 컬래버하지 않고 오직 내 손으로 나만의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내 손으로 쓴 음악으로 성공을 거둔 뒤에 돌아보니, 어떤 곡도 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더군요. 인간은 모두 서로에게 의지해 살아가잖아요. 음악도 누군가와 함께해야 좋은 게 나온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컬래버레이션에 열려 있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아티스트들과도 작업해보고 싶고요.”

실제로 그레이엄은 그룹 인피니트 출신 가수 겸 배우 호야와 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호야가 루카스 그레이엄의 히트곡 ‘세븐 이어스’(7 years)에 맞춰 댄스 영상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그레이엄은 “호야와 인터넷상으로 연락을 나누긴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는 못했다”며 “호야를 비롯한 한국 가수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타진해보고 싶다”고 했다.

가족을 주제로 한 루카스 그레이엄 '러브 섬바디'(Love Somebody) 뮤직비디오

그레이엄의 음악은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다.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곡을 쓸 수는 없죠.” 그의 노래에는 유독 가족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어머니와의 추억담을 담은 ‘마마 세이드’(Mama said), 돌아가신 아버지와 자신의 성공을 함께 나누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노래한 ‘유 아 낫 데어’(You're Not There) 등이 그 보기다. 최근 가장 영감을 주는 대상을 묻자, 그레이엄은 “더 말할 것도 없다”며 딸 비올라를 언급했다. 지난해 발매한 밴드의 두 번째 정규음반에서도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뒤 느끼는 행복과 두려움을 노래했다.

“딸을 태어난 후, ‘젊은 마음으로 늙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됐어요.” 그레이엄은 말했다. ‘젊은 마음으로 늙는 것’이 무엇인고 하니, ‘꼰대’(Old judgemental)도 아니요, 억지로 젊은 척하는 것도 아니란다. 그는 “우리 아버지가 바로 젊게 늙으신 분”이라며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꺼내놨다. 이 대목에서 그레이엄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아버지는 일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깨끗하게 씻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야 저와 놀아주시곤 했어요. ‘아빠는 왜 다른 아빠들처럼, 퇴근하고 소파로 직행하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일할 때 입는 옷과 일하지 않을 때의 옷을 다르게 하는 게 중요하단다. 다른 누구를 아닌 너를 위해’라고 대답하셨죠. 제가 이 얘길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어려운 일을 쉽게 하셨던 분이에요. 마치 아이들처럼 말이죠.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저도 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살고 싶어요.”

사진=워너뮤직 제공

세상은 팝콘이 튀겨지듯 빠르게 흘러가고, 모두가 숨 돌릴 틈 없이 ‘다음’을 외치지만, 그레이엄은 “한 번씩 멈춰 서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생을 강에 비유하자면, 강물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것은 죽은 물고기뿐”이라면서 “‘다들 왜 저 방향으로 가지?’라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레이엄 자신도 삶의 의미에 관해, 음악의 의미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가 찾은 답은 “삶의 목표는 단지 살아있는 것이며, 나 자신을 감동하게 하는 음악이라야 남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별명처럼, 그레이엄은 ‘음유 시인’ 같았다. 그는 자신의 음악이 ‘풀’이 아닌 ‘나무’와 같길 바란다고 했다. 풀은 계절과 함께 피었다 시들지만, 나무는 시간을 견딘다. 그레이엄은 “패스트푸드 같은 세상이라도, 나는 정찬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에 자신의 밴드와 함께 출연한다. 이틀 전 한국에 들어와 호텔 근처 사찰과 이태원 LP 가게도 다녀갔다. 지난 1월 서울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던 그는 “한국 관객들과는 첫 공연 때부터 진한 교감을 나눴다”며 “관객들이 가사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8세 때 노래를 시작해서 벌써 23년째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고음 비결이요? 연습이 완벽을 만들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식단과 운동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요. 무대 위에서 전 애쓰지 않고도 자유로운(Effortless Free) 상태에요. 어느 때보다 가장 저답다고 느끼죠. 자유로움, 그게 무대에서의 감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에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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