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코앞인데..'의사과학자' 부족한 한국

美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37%가 의사과학자...한국은 의학-과학 교육 연계 괴리

기사승인 2020-02-0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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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코앞인데..'의사과학자' 부족한 한국

4차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진료 역량과 과학적 지식을 두루 갖춘 의사과학자 양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31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의사과학자 양성방안'을 주제로 열린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을 피력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이면서 충분한 기간에 걸쳐 과학자로 훈련을 받은 전문 인력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보건의료분야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최근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도 캐나다 인공지능(AI) 기업 '블루닷'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보다 먼저 예측했을 정도다. 이처럼 발전된 과학 기술을 현실에 들여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상의료와 과학적 지식을 겸비한 의사과학자 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법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는 “보건의료산업 분야 4차산업혁명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임상과 기술을 이해하는 의사과학자가의 참여가 필수"라며 "의사과학자는 4차산업혁명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기회다. 예과교육부터 본과까지 공학, 기조과학 등 타 분야와의 접목에 관심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5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약 37%가 의사과학자다. 미국국립보건원(NIH) 감독관 중에서도 의사과학자가 69%에 달하며, 상위 10개 제약회사의 최고 과학자 책임자 가운데 70%가 의사과학자인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의사(의학사)와 의학 석·박사 교육이 분절되어 있어 의학과 과학의 연계되는데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의과대학 졸업 후 기초분야에 남는 사람은 졸업생 중 1~2% 미만으로 극히 일부다. 서울의대의 경우 병리학,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2017년 0명, 2018년 1명 수준이었다. 또 기초의학 분야의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기초의학 교수는 최근 10년 간(2004~2013년) 87명만 증가했으며, 이 중 병리학과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의사출신 비율은 50% 미만에 불과하다. 

김종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생명과학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진은 비의사출신이거나 의과대학만 졸업한 생명과학, 기초의학연구자, 그리고 임상수련과정만 마치고 연구경험은 파트타임 임상 대학원 과정과 단기 외국 연수가 전부인 임상연구자 등 2개 집단이 대부분이며, 충분한 임상 수련과 전일제 연구를 마친 경우가 매우 희귀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미국 의대생들이 연구 참여를 선호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연구에 대한 관심, 그리고 경제적 지원 등 단기적 유인책, 또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원하는 과에서 레지던트를 하거나 교수가 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장기적 유인책 세 가지가 충족한다"며 "우리도 이런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의학교육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인턴, 레지던트 등 임상실습에 초점이 맞춰진 현행 의학교육과정에 '연구'도 주요 과정으로 포함해야다는 것이다. 이영미 고려대의대 교수는 " 미국이나 홍콩, 싱가폴 등 국가의 의학도들은 연구과정을 필수로 갖는다. 이들이 우리 학생들보다 창의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연구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유인책이 있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에서 교육과정을 좀 더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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