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독감 아닌데…위기경보는 ‘경계’ 유지

정부 “일부 지역만 전파”, 전문가 “방역망 틈서 도미노임팩트 가능성”

기사승인 2020-02-21 00:02:00
- + 인쇄

코로나19 독감 아닌데…위기경보는 ‘경계’ 유지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 수준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전파가 특정 지역에 한해 나타나고 있고, 이미 ‘심각’ 단계에 준해 대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미 방역망 틈에서 환자가 발생했고, 지역 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2차 피해가 나오고 있어 위기경보 격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04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에서만 2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입원 중이었던 60대 확진자 1명은 폐렴 의심증상으로 사망했지만, 사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검사를 받고 있는 의심환자도 1860명에 달한다.

방역당국은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부본부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대구지역의 발생상황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생각한다. 한 달 약간 지난 이 코로나19의 발생 이후 우리 국내에서 발생된 가장 대규모의 감염”이라며 “해외에서 유입되던 코로나19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단계로 판단하고, 방역 대응 체계도 이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로 유지한다는 기존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참고로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로 구분되는데, ‘심각’ 단계는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전파되거나 전국적으로 확산할 때 발령된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나왔을 당시 위기 경보 수준을 ‘주의’로 상향했고, 이어 ‘경계’ 수준으로 한 단계 더 올렸다.

김 부본부장은 “아직 지역사회 전파가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고, 감염병예방법(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지금 상황에서는 현 단계와 같은 ‘경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는 이 질환의 위험도에 대한 평가와 지역사회에서의 발생양상, 발생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위기단계의 격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미 ‘심각’ 수준에 준하는 상태로 이 감염병 대응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기경보 상향 조정에 대한 논의는 시작됐다. 이날 오후 6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논의하고,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 격상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어서 21일 오전에 열리는 확대 중수본 회의에서 추가 논의 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 방역망에서 걸러지지 않은 감염자들과 그로 인한 2차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상황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현재 감염자 대부분이 고령자이고 폐렴 증상이 나타나 감염이 확인된 만큼, 증상이 경한 환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정부가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서 사례정의를 확대하고 있는데, 그러는 사이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했다. 광둥성, 싱가포르, 태국 여행 후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모두 사례정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달이 지났는데, 정부 방역망에서 걸러지지 않은 사람들의 접촉사례가 축적되면서 추가 감염이 발생했다”며 “공교롭게도 감염자 대부분이 고령이고, 폐렴이 와서 병원에 갔다가 확진된 거여서 현재 정부가 집계하고 있는 확진자수만 보고 해결하긴 어렵다고 본다. 경증 환자들은 더 많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아직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경보 상향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사태를 얼마나 엄중하게 생각하느냐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물론 실제로 경계, 심각 단계에 맞춰 방역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전파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증상이 가볍다고 할지라도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날 경우 다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코로나19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신종플루나 메르스 등 과거 경험했던 감염병보다 강하고, 중증으로 이완되는 비율은 낮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저질환자, 고령자의 경우에는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증상이 경증이라 안도를 느끼는 반면, 경증이라서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면이 있다. 건강한 사람이면 치명률이 낮겠지만 고령자, 만성질환자가 문제다”라며 “증상이 비슷한 인플루엔자와 단순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선 바이러스가 다르고 치료제와 백신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 인플루엔자도 매년 수천명이 사망하는 중한 질병이기 때문에 독감과 비교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포심을 갖자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 하나의 문제는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발생한다. 진료체계가 마비되고 병원이 폐쇄되면 기존에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도미노임팩트로 이어진다”며 “응급실을 폐쇄하면 중증응급환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부수적 피해를 고려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