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KCGI 공동전선…회생의 길 vs 미도파 데자뷔

기사승인 2020-02-21 0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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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공동연합이 최근 지분을 추가적으로 매입하고 기자간담회도 주최하는 등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대비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는 향후 주주총회에서 다른 주주들을 설득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사내이사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이 장기전으로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이들은 반(反)조원태 연합으로 뭉쳤지만 각자의 이해관계와 지향점이 상이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연합이 과연 국내 첫 적대적 M&A(인수합병) 사례였던 미도파 사태의 데자뷔가 될지 일본 재팬에어라인과 같은 기업회생의 롤모델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 반격 나선 KCGI연합, 반도건설 추가 지분 매입…KCGI 대언론 홍보 나서

KCGI·반도건설·조현아 공동연합이 최근 수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반도건설은 최근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한진칼 주식 약 200만주를 매입했다. 지분율로 따진다면 약 4% 이상을 추가로 늘린 것이다. 이번 추가 매입으로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율은 13% 수준까지 확대됐다.

행동주의펀드 KCGI도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진그룹의 문제점과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동안 언론 활동에 소극적이던 태도를 바꾸면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것이다.

KCGI 강성부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조원태 회장의 경영 기간을 비롯해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 실패가 있었다”며 “우리 연합은 코리아디스카운트로 저평가된 기업의 펀더멘탈을 개선하고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진칼 주식 매입은 단순 시세차익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펀드의 최종만기는 14년이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사실상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강성부 대표는 한진그룹의 심각한 재무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진해운 인수나 무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등 오너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누적적자(2014년~2019년)는 1조7414억원에 달한다”며 “부채율도 2018년 말 기준 861.9%로 코스피200에 속한 상장기업 평균 부채율(91.3%) 보다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영구채는 대한항공 내부에만 1조800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부채로 인식하게 되면 부채비율은 1618%로 급증한다”며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미래형 항공사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KCGI 연합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는 3월에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염두해 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즉 지분 추가 확보와 우호적인 여론형성을 통해 한진그룹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KCGI공동연합은 최근 여러 악재에 부딪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여왔다. 앞서 대한항공 노조와 한진그룹 3개노조가 조원태 회장 체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데 이어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인 대한항공 출신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자진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반도건설-KCGI 공동전선…회생의 길 vs 미도파 데자뷔

◆ 지향점과 목적 다른 3자연합, 긍정성과 불안요소 동시 내재.반도건설 의중은

이들의 3자연합이 구축에 대해 업계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공존한다. 우선 KCGI의 적극적인 행동주의 전략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현재 한진칼의 주가는 이달 20일(종가기준) 한진칼의 주가는 4만9450원으로 3자 연합을 맺은 시점 전날(1월 30일) 주가(4만원) 23.62%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양측 모두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경쟁력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이나 3월 정기주총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도 “3월 예정된 주주총회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며 이후에도 지분경쟁은 지속될 것”이라며 “KCGI측이 주총에 승리할 경우 계열사에 대한 비핵심 사업부문 자산에 대한 매각에 나설 가능성 있으며 이는 주가 상승 가능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한진칼 최대 지분을 쥔 KCGI 3자연합의 이해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을 사내이사 직을 떨어뜨리기 위해 3자연합이 형성됐지만 이들의 이해관계와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게다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반도건설의 목적은 아직까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보유를 위해 막대한 현금성자산을 투입했기 때문에 주가 부양에 민감하다. 또한 단순 차익 목적이 아닌 안정된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라면 지분의 40%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반도건설의 경영참여 목적이 한진그룹이 보유한 토지 개발권 취득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반도건설 측은 “이는 매우 의도성이 있는 보도”라며 “해당 부지는 정부에서도 눈여겨보는 곳이기에 매입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슈는 국내 최초 적대적 M&A 사례였던 미도파 백화점과 신동방그룹의 지분 대결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신동방그룹은 1997년 미도파를 적대적 M&A를 추진 위해 주식매입 전쟁을 벌였으나 둘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끝내 실패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지분 경쟁을 위해 양 측 모두 막대한 자금(당시 1000억원 이상)을 투입했으나 결국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 한진그룹은 이미 상장 기업 가운데 부채율이 가장 높은 상태다. KCGI도 녹록치 않다. KCGI는 지난해 7월 미래에셋대우에서 만기연장을 거절당하면서 제2금융권으로 자금을 조달한 상태다. 때문에 높은 금리는 이자부담으로 다가오고 주가 부양이 쉽지 않을 경우 장기투자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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