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리 먹고 무사히 귀향하렴”

기사승인 2020-03-05 08: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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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찾아 떠나는 겨울진객고니에게 넉넉히 먹이 줘-

-2월 하순 큰고니 600여 마리 한강 당정섬 주변에 모여 장관-

[쿠키뉴스] 하남· 곽경근 대기자 =일주일만 일찍 오시죠, 정말 당정섬 주변으로 가득 메운 600여 마리의 큰 고니(천연기념물 201-2)가 장관을 이뤘었는데

아니 그 귀한 천연기념물 큰 고니가 60마리도 아니고 600여 마리가 뜨고 내리고 했다니~

지난 달 29일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아래 고니 탐조대에서 만난 서정화 고니학교 교장(57· 이하 서 교장)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쉬움이 더했다.

지난달 22일 서 교장은 평소 3-4백 마리가 찾았던 팔당대교 아래 무슨 일인지 갑자기 고니 숫자가 크게 늘었다며 연락이 왔다. 아마 경안천에 머무르던 고니무리가 그 지역에 배가 들어오고 헬기가 수시로 뜨고 내려면서 한강으로 몰린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2-3일 내로 들려보겠다는 약속이 어쩔 수 없이 일주일이나 늦어졌다.

최고 숫자를 기록했던 20일을 전후해서 큰고니 무리와 겨울철새들은 자신들이 고향인 중국과 시베리아, 몽골을 향해 서서히 무리지어 떠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229일에는 대부분 큰고니를 비롯 겨울철새들이 모두 떠나고 80여 마리의 고니 무리만이 여유롭게 강 위를 오가고 있었다.

당정섬은 하남시의 대표적 자연형 생태하천인 덕풍천과 산곡천이 한강의 물줄기와 만나는 팔당대교 바로 아래 위치한 조그마한 섬이다. 이곳 당정섬은 지난 1986년부터 10여 년간 한강종합개발사업에 따른 골재 채취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자연적인 퇴적작용으로 다시 생긴 섬이다.

주변 수심이 앝아 다양한 미생물과 수서곤충, 어류의 서식으로 먹이가 풍부하고 강폭이 넓어 겨울철 큰고니를 비롯해 겨울철새에게 최적의 먹이터이자 쉼터로 자리 잡았다수도권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당정섬 주변에는 매년 겨울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천연기념물201-2), 참수리(천연기념물243-3),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243-4), 호사비오리(천연기념물448), 비오리, 청둥오리와 큰부리큰기러기 등 40여 종의 겨울철새 5천여마리가 찾아들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올해는 혹고니(천연기념물 201-3)도 당정섬을 찾았다.

이같이 당정섬은 고니류 외에도 국내 최대 참수리, 흰꼬리수리의 월동지로 알려지면서 탐조객과 생태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229일은 원래 고니학교 측에서도 먼 길 떠나는 겨울철새들을 위해 넉넉히 먹이 주기로 약속한 날이다. 조촐하지만 고니 환송식을 치르려고 했으나 이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취소했다. 이 날 먹이주기도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아 서 교장과 푸른교육공동체 이진백(61) 운영위원, 생태사진가 3사람이 진행했다.

남아있는 고니들에게 넉넉히 썰어간 고구마를 모래톱에 뿌려주고 올라온 서 교장은 한강수위가 웬일인지 2018년 가을부터 조금씩 올라가 현재는 당정섬 일대의 모래톱이 많이 잠겨있다고 말한다.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특별히 방류량을 늘리지는 않았다. 팔당댐 부유물제거 작업으로 방류량이 일정하지 않았던 기간은 있었다.”고 답했다. 서 교장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지만 모래톱이 줄어들면 새들이 쉼터가 줄어들어 당연히 새들이 적게 모일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서 교장은 하남시와 환경부가 조금 더 이곳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외국에서도 관광객이나 탐조인들이 찾아올 정도로 세계적 명소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다.

당점섬은 도심에서 불과 1시간이내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세계 어디에서도 수도 인근에서 수백 마리의 고니떼가 비상하는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지켜 볼 수 있는 곳은흔치않다.

서 교장은 지금의 고니탐조대가 있는 곳이나 사진가들의 촬영장소는 자전거전용도로여서 이따금 말다툼도 있고 충돌사고 일어난다고 말한다. “탐조객들이나 사진가들이 안전하게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전망대와 주차장 설치가 필요하다. 또한 많은 새들을 안정적으로 이곳을 찾기 위해서는 먹이공급량도 늘리고 참수리 등 맹금류들을 위해 물고기도 먹이로 제공해야한다면서 특히 실버세대에게 모니터링과 새 보호 및 감시활동을 맏기면 어르신 일자리 창출도 되고 매일 강 주변으로 맑은 공기 마시며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건강관리 된다. 또한 하남시를 찾는 귀한 새들을 지킨다는 시민으로서 자부심도 크게 느낄 것이다. 일석 삼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상호 하남시장은 수도권 최대 철새 도래지인 당정섬과 고니는 하남이 품고 있는 보물이라며 다친 고니를 살피고 지속적으로 먹이활동을 돕는 등 생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노력과 경이로운 자연의 복원력이 당정섬과 매년 우리 지역을 찾는 고니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기적을 이뤄냈다. 하남시는 사람과 자연이 하나되는 친환경 명품도시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생태사진가 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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