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험실 철창갇힌 야옹이 멍멍이를 추모하며

기사승인 2020-04-28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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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험실 철창갇힌 야옹이 멍멍이를 추모하며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매년 4월24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지만, 우리 학계에서 실험동물이 ‘도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존재로 대우받는지는 의문이다. 

2년 전 대학에서 실습견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개가 이용돼 논란이 인 적이 있었다. 논란은 곧 잦아들었지만, 실험동물의 사용이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 받는지는 확실치 않다. 반려견 가구 1000만 시대라지만, 제약바이오 연구현장에서 동물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셜록>이 보도한 서울대병원 ‘고양이 실험’ 기사가 그것인데, 매체는 <“귀 망가뜨리고 방치” 서울대병원 수상한 고양이 실험> 제하의 기사를 시작으로 병원의 실험동물 관리 실태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탄식이 나오는 지점은 비단 서울대병원뿐이겠느냐는 것이다. 전체 동물실험의 43% 가량을 차지하는 대학실험실이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 여기에 동물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법안 여럿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지만 통과는 요원해 동물권 실현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관련해 20대 환노위 간사였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실험동물법 적용대상에 대학기관을 포함하는 등 실험동물 보호 강화 내용을 담은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실험동물법 개정안)’ 대표발의했었다. 개정안에는 동물실험 종료·중단된 실험동물 분양 근거, 동물실험 최소화를 위한 동물실험 미실시 제품 표시, 실험동물운영위원회 구성·운영에 대한 지도·감독 규정 등이 포함됐다. 한 의원은 동물보호법도 일부 정비해 재발의했는데, 여기에는 동물학대자의 소유권 박탈, 실험동물법 상 등록되지 않은 자로부터 공급받은 동물의 실험 금지, 윤리위원회의 통보 의무 강화, 학대행위자의 상담·교육 및 심리치료 권고 등도 담겼다. 그러나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법적 근거가 확실해야 시스템 정비를 시작할 수 있는데,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실험동물이 함부로 취급되는 이유는 어느 한, 두 명의 비정한 연구자 때문이라기보다 학계의 시스템 탓이 크다. 실험동물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데이터를 빨리 만들어서 논문을 쓸 작정인 PI(책임교수)나 그에게 시달리는 비정규직 연구원에게 동물권을 따질 여유가 있을리 만무하다.  

사실 약의 적응증을 알기위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약 ‘시험’도 의사의 진료권으로 보장, 제지받지 않는 분위기에서 동물권이란, 데이터 만들기에 급급한 이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모 연구소에서 즉사시킬 누드마우스가 워낙 많아 벽에 집어 던져 죽인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들은 게 최근의 일임을 감안하면 실험동물을 위한 세상은 아직은 먼 것 같다.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부근에는 조그마한 비석이 하나 있다. 연구를 위해 동원된 실험동물을 애도하자는 추도석이 서글픈 이유는 철장에 갇혀 숱하게 스러져간 이름 없는 동물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진동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 찾아왔건만, 전국 철창에 갇힌 동물들의 생(生)이란 과연 어떠한가.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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