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료진 헌신 무색케하는 의사들 '일탈' 잇따라

윤리위 회부해도 징계까지 하세월...최고 징계도 1년 면허정지에그쳐

기사승인 2020-05-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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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의료진 헌신 무색케하는 의사들 '일탈' 잇따라[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전국 의료진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성폭력, 의료윤리 위반 등 물의를 일으키는 의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실 환자의 사망 과정을 그대로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대학병원 의사를 비롯해, 성폭행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대생, 성희롱 게시물이 난무하는 의사커뮤니티 등 각종 의료윤리 위반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료계가 보여준 희생정신을 일부 몰상식한 의사들이 희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일탈 의사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회는 최근 교통사고 환자의 사망과정을 유튜브 채널에 올린 건국대충주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환자의 비밀보장에 대한 의사윤리지침을 훼손했다는 이유다.

의사협회의 '의사의 소셜미디어(SNS)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의사는 식별가능한 환자 정보를 SNS에 게시해서는 안되며, 의사는 개인정보 보호 및 비밀보장을 위한 의사윤리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A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교통사고 환자의 사망 과정, 그리고 항문에 이물질이 낀 환자에 대한 처치 과정 등 자극적인 영상을 보호자 동의없이 그대로 올려 도마에 올랐다. A씨 측은 교육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했다고 해명했지만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폭력과 음주운전을 일삼은 전북대학교 의대생 B씨의 의사면허 취득을 제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성폭력과 음주운전 등 범죄에도 의사면허를 취득하거나 유지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 현실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청원이 논란이 되자 학교 측은 서둘러 해당 의대생을 제적 처분했다. 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게이트'도 여성 영업사원과 동료 의료인에 대한 성희롱과 환자를 희화화한 게시글로 도마 위에 오르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일탈 의사들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에 따라 의사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품위를 손상한 경우 중앙윤리위원회로 회부해 징계심의에 착수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윤리위원회는 자체 수사·징계권이 없으므로 전문가 평가보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윤리위가 결정한 면허정지 등 징계수위를 보건복지부에 요청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당사자가 징계심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심의 과정이 수개월째 미뤄지기도 하고 요청할 수 있는 최고수위 징계도 1년 이내 면허 자격정지에 그친다. 윤리위가 자체적으로 내릴 수있는 처분은 의사협회 회원 정지 정도여서 실효성이 미미하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일부 의사들의 일탈를 제재하기 위해 독립적 권한을 갖는 자율징계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경우 의사가 전문가로 참여하는 독립된 면허기구를 통해 면허 발급과 유지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의료윤리위반 등 물의를 일으킨 경우 전문가 평가 하에 면허를 철회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어느 집단이나 2~3%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존재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신속하게 처리해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문적인 면허관리기구가 없이 보건복지부의 작은 부서가 모든 권한을 쥐고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한 면허관리기구를 두고 면허관리와 유지, 징계와 관련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다. 특히 의료 문제는 전문가들이 판단할 수 있는 분야다. 전문적인 기구가 있다면 나쁜 의사를 자체적으로 규제할뿐 아니라 재교육 등 면허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자율징계권을 갖게될 경우 자칫 '제식구 감싸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대구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200명이 넘는 의사들이 대구를 찾았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이 살아있다는 반증"이라며 "국내 13만 명의 의사가 있는데 이는 가족주의가 통하는 범위를 넘어선 수다. 일부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한 피해를 13만 의사들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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