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탈탈’ 31조 몰려온 SK바이오팜, 대체 무슨 일?

개미투자자 경쟁률 325.17대 1… ‘마통’ 뚫고 약관대출까지

기사승인 2020-06-26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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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 탈탈’ 31조 몰려온 SK바이오팜, 대체 무슨 일?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SK바이오팜에 국내 기업공개 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이 모였다. 무엇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까?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설립된 SK 계열사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이며, 뇌종양 및 뇌 전이암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회사는 다음달 2일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는 약 31조원의 청약 증거금이 모였다. 23~24일 이틀간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등 4곳의 증권사에서 청약 신청을 받은 결과다.

공모가 확정 당시부터 광풍은 예상됐다. SK바이오팜의 총 공모 주식 수는 1957만6310주. 이 가운데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됐으며 나머지 80%가 공모로 풀렸다. 이 중 다시 총 공모주의 60%인 1175만주가 기관투자자에 배정됐는데, 지난 17~18일 양일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1076개 기관이 참여해 835.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투자자들의 관심도 열렬했다. 일반투자자에게는 총 공모주의 20%인 391만5662주가 배정됐다. 24일 마감 결과 일반투자자로부터 접수된 청약 신청은 총 12억6485만3070주, 증권사 4곳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23대 1을 기록했다. 즉, 323주를 신청해야 1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제약·바이오 업계 기업인 셀트리온이 지난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최초 상장할 당시 청약 경쟁률은 7대 1이었다. 앞서 2016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청약 경쟁률은 45.34대 1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바이오팜의 공모주는 '문턱'이 높았다. 대표 주관사로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받은 NH투자증권에서 집계된 경쟁률 325.17대 1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000주를 신청한 사람이 배정받을 수 있는 수량은 3주 가량. 청약 공모 시점에서는 신청 물량 가격의 50%를 증거금으로 넣어야 한다. 회사의 1주당 공모가는 4만9000원. 결국 1000주를 신청한 사람은 2450만원을 내고도 14만7000원어치 주식만 살 수 있는 셈이다.

주식투자 커뮤니티에는 안도감과 허탈함이 감돈다.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영혼까지 끌어 모아 겨우 3주 받게 됐는데, 경쟁률 보니 3주라도 받은 게 다행”이라거나, “죽었다 깨어나도 (증거금의) 나머지 50% 넣을 일은 없겠다”는 푸념이 이어졌다. 또 “증거금 1억 중 마통(마이너스 통장)에서 끌어온 게 5000만원이 넘는다”, “3분의 2는 약관대출 받아서 넣었다” 등 자금 조달 사정을 털어놓는 투자자들도 속속 등장했다.

광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SK바이오팜은 지난달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시장에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세노바메이트는 회사가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신약으로, 미국 상품명은 ‘엑스코프리’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세노바메이트의 존재감을 다져왔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세노바메이트에 ‘남용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의미의 스케줄V 등급을 부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부분발작에 대한 세노바메이트 단독 및 병용 투여 요법을 동시 승인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약개발과 판매에 모두 직접 나서는 모습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SK바이오팜은 FDA로부터 세노바메이트의 판매허가를 직접 획득했다. 회사는 미국뿐 아니라 향후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도 세노바메이트를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또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소아뇌전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카리스바메이트’를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직접 판매할 계획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신뢰도를 바탕으로한 SK바이오팜의 사업 역량을 인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SK라는 대기업의 계열사라는 사실이 기본적인 신뢰도를 보장했다”며 “회사의 파이프라인에서 지속적으로 실체 있는 성과가 나왔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줬을 것”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해외 허가 당국의 승인을 받고 시장에 진출한 사례는 총 23건인데, 기술수출 없이 개발·승인·판매를 자체적으로 진행한 사례는 드물다”며 “이 같은 모습이 회사의 역량을 증명하는 효과를 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떠들썩한 시장과 대조적으로 SK바이오팜은 퍽 차분한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 차원에서는 청약 경쟁률이나 공모주와 관련해서 따로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며 “상장 관련해서는 공모 청약 대표주관사 쪽에서 발표하는 소식만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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