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실재 주인공 사망

기사승인 2009-02-21 11: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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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탤런트 고(故) 최진실씨가 주연했던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의 실재 인물 수잔 브링크(한국 이름 신유숙)가 최근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년 46세.

20일 국제입양인연합(UIA)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달 23일 세상을 떠났으며 장례식은 다음달 6일 오전 10시 그녀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스웨덴 노르코핑에서 열릴 예정이다.

1963년에 태어나 1966년 스웨덴으로 입양된 신씨는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소외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 양부모의 학대 속에서 일그러진 성장기를 보냈고 성인이 된 후에도 혼전임신, 미혼모 생활 등 고통으로 얼룩진 시절을 이어가며 수차례 자살 기도를 하기도 했다.

어렵게 생에 대한 의지를 되찾은 그녀는 24세에 스웨덴의 명문 웁살라 대학 종교학과에 입학했고, 학업과 양육을 병행하며 힘겹기만 한 삶을 꿋꿋하게 지탱했다.

신씨의 삶은 그녀가 지난 1989년 한 TV 입양아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친어머니를 찾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기 시작했고, 1991년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됐다. 이 영화에서는 최근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최진실 씨는 수잔으로 분해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국내외에서 입양문제에 대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녀 자신도 이를 계기로 기고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끊임없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호소했다.

신씨는 각종 기고문 등을 통해 “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들은 남자든 여자든 우선 외모 때문에 매일 일상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사람들의 실업률이 50%이고 자살률은 스웨덴 평균의 5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한국이 이제는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예쁘고 재능있는 아들, 딸들을 외국으로 보낼 아무런 경제적 이유가 없다”면서 “개인적으로 평생 고통스러운 이방인으로 살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을 안겨주는 국외입양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UIA는 홈페이지에 올린 부고를 통해 그녀의 죽음은 “한국의 입양 역사에 슬픈 날이고 한국의 국제입양에 관한 민권운동에 큰 손실”이라면서 “그녀가 스웨덴, 한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입양인들을 위해 했던 일들과 입양인들과의 유대와 우정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녀의 일과 고통을 기억할 것이고 그녀가 흘린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한편 UIA는 신씨가 죽기 전 마지막 편지를 통해 모든 한국 입양인들을 장례식에 초대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