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이 사망했다, 그러자 음악이 멎었다

이은호 / 기사승인 : 2020-06-02 14: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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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 사망했다, 그러자 음악이 멎었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400년 동안 너희의 무릎으로 우리 목을 눌렀지.”(For 400 years you had your knees on our necks) 카메라 앞에 선 50대 흑인 남성이 랩을 하기 시작했다. 반주도, 악기도 없었다. 그저 분노뿐이었다. “쇼빈이 플로이드를 죽인 뒤 우린 갖게 됐지, 화염병과 무정부 상태를 말이야.” 그의 이름은 LL 쿨 J. 1986년 영화 ‘꾸러기팀’으로 데뷔해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두 번이나 수상한 가수 겸 배우다.

쿨 J가 랩에서 언급한 쇼빈은 최근 전 세계를 분노하게 만든 미국 흑인 사망 사건의 가해자다. 경찰인 그는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무장하지 않은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8분46초 동안 무릎으로 짓눌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쿨 J가 1일(현지시간) SNS에 올린 이 랩 동영상은 만 하루 만에 100만 건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루다 크리스, 에릭 서먼, 바비 브라운, 랙원 등 유명 흑인 래퍼들도 댓글을 남기며 쿨 J에게 힘을 보탰다.

美 음악 산업 ‘블랙아웃 화요일’

미국 음악 업계는 이번 흑인 조지 플루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뜻을 같이하며 2일을 ‘블랙아웃 화요일’(Blackout Tuesday)로 정하고 하루 동안 일손을 내려놓기로 했다. 애플뮤직, 아마존뮤직, 유튜브 등의 플랫폼들과 워너, 소니, 유니버설 레코즈 및 그 산하 레이블들 모두 신곡 발표 및 프로모션, 음원 서비스 등 업무를 중지한다. 스포티파이는 이용자들이 재생 목록과 팟 캐스트로 넘어가기 전 8분46초간의 정적을 듣게 한다. 미국 음악방송 MTV도 이날 방송을 멈추고 8분 46초간 검은색 화면만 송출하기로 했다.

‘블랙아웃 화요일’은 콜드 플레이, 에드 시런, 리쪼 등이 소속된 애틀랜틱 레코즈의 경영자 자밀라 토마스와 이전 사장 브리아나 아게망의 요청으로 시작했다. 흑인 여성인 두 사람은 해시태그 “#TheShowMustBePaused”(쇼는 멈춰야만 한다)와 함께 ‘6월2일 화요일엔 일을 멈추고 흑인 사회와 연대할 방법을 찾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것은 그저 24시간짜리 운동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싸워나갈 것”이라며 “새로운 활동 계획을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즉각 반응했다. 세계 유명 레이블들은 성명문을 내 “지금은 일을 떠나 동료 사회와 함께 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워너 뮤직 그룹 산하 레이블인 워너 레코즈는 “이것(업무 중단)은 단지 하루뿐이지만,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위해 싸우는 것을 계속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니버설뮤직과 소니뮤직도 “우리는 흑인 사회와 함께한다”는 글을 공식 SNS에 올리며 연대를 강조했다. 

시위 나선 팝 스타들, 힘 보태는 K팝

팝스타들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는 직접 시위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과 협업해 국내에서도 유명한 할시는 지난달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위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시위 당시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을 SNS로 공유하며 “무고하고 평화로운 시위대가 총격과 물리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다. 제발 관심 가져달라. 이건 모두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흑인 배우 제이미 폭스는 시위 진앙인 미니애폴리스로 날아가 시위대 앞에서 “우리는 지금 두렵지 않다” 구호를 외쳤고, 캔드릭 샘슨도 시위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우리의 해결책은 억압이 만든 시스템으로 규정될 수 없다”고 외쳤다.

온라인에서는 비욘세가 “백인, 흑인 등 어떤 인종이건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글로 조지 플로이드 관련 청원 동참을 촉구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발언에 대해 “임기 내내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주의 불길을 부추기고서, 뻔뻔스럽게도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하더니, 폭력을 가하겠다고 위협한다”고 날을 세웠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외침에 한국의 스타들도 응답했다. 가수 박재범이 이끄는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은 블랙아웃 화요일 캠페인에 동참하고, 관련 단체에 2만1000달러(한화 2573만원)를 기부했다. 하이어뮤직 관계자는 “흑인음악을 지향하는 회사로서 캠페인에 동참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라며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운동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이 외에도 그룹 갓세븐 멤버 마크, 데이식스 멤버 제이, 가수 크러쉬가 이번 캠페인 관련 기관 기부에 동참했고, 타이거JK·에릭남·엠버·티파니·라비·예리·모모랜드 등 많은 K팝 가수들이 SNS를 통해 흑인 사회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더 쇼 머스트 비 퍼즈드' 홈페이지, 할시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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