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범죄, 조직 내 가해자·피해자 분리해야… 수사 착수 신속성 중요

양금희 통합당 의원 ‘침묵의 카르텔이 사건 덮게 두지 않을 것’

기사승인 2020-08-04 11: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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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성범죄, 조직 내 가해자·피해자 분리해야… 수사 착수 신속성 중요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위계에 의한 성범죄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4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양금희 미래통합당 의원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하 정교모)은 위력에 의한 성범죄 근절을 위한 전문가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이은혜 순천향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의 사회로 ▲정영기 아주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이상현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 교수 ▲오세라비 작가가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고민과 대안 도출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일부 조직에는 마치 조폭 같은 조직문화가 남아있다”며 “조직을 배반하면 죽는다는 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연약한 여인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태(위계에 의한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공직자의 성범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 전 서울시장까지 위력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가 잇따라 밝혀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 경찰, 검찰 등이 침묵의 카르텔을 지키며 사건의 진실을 덮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역 없는 수사, 강력한 처벌, 실효성 있는 예방책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정 교수는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분석했다. 그는 오랫동안 해바라기센터에서 활동하며 성폭력 피해자를 진료했으며, 현재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강한 통제권을 가질수록 위력에 의한 성폭력 발생 위험이 크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두려움에 피해를 감내한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대부분이므로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다른 유형의 성범죄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신속하게 분리되기도 어렵다. 직장이나 조직이 ‘적당히 타협하라’고 유도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는 법적인 해결이 피해자의 정신적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경기남부 해바라기센터 통계에 따르면 수사나 재판이 종결된 이후 피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증상이 대폭 완화됐다. 정 교수는 법적 처벌은 물론, 조직 내 직원고충 상담부서, 윤리위원회, 해바라기센터와 같은 외부 지원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 교수는 공적 조직 내에서 성폭력 범죄 신고가 접수됐을 때 사건 처리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와 혐의자를 즉각 분리하고, 혐의자에 대한 공정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고를 방치한 조직에 대한 징계도 마련해야 하며, 추행죄의 방조범 성립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위력과 위계에 의한 추행죄의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과거에는 의사에 반해 신체를 접촉한 사건들이 위력과 위계에 의한 추행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현재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체에 접촉하도록 강제한 사건까지도 ‘비접촉 추행’으로 유죄가 인정된다.

이 교수는 최근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재판을 진행한다고 분석했다. 가해자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서는 피해자 진술과 목격자의 일치성이 중요하다.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면, 가해자의 유죄가 인정되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했고,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다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성범죄 사건의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지막 발표를 진행한 오 작가는 여당이 위계에 의한 성범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계에서 활동했던 여권 여성 의원들이 박 전 시장 사건에 침묵하며 선택적 여성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 작가는 과거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를 역임한 이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권 여성 의원들이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피해 여성에 대한 연대 의지는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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