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편하다고 규정 안 지키나?” 사병들이 말한다

기사승인 2020-09-18 06: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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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편하다고 규정 안 지키나?” 사병들이 말한다
사진=지난 6월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특혜성 휴가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국방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씨는 지난 2016~2018년 경기 의정부 미2사단 카투사에서 복무할 당시 23일 휴가를 세 번에 걸쳐 연달아 사용하며 특혜 휴가 의혹을 받는다. 서씨는 지난 2017년 6월 삼성서울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뒤 1차 병가(6월5~14일), 2차 병가(6월15~23일), 그리고 개인 연차(6월24~27일)를 사용했다. 당시 당직 사병 현모씨는 일요일이었던 6월25일 당직 근무 중 서씨 미복귀 사실을 파악하고 서씨에게 직접 전화해 부대 복귀를 명령했다.

서씨와 같은 카투사(KATSU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출신들은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들은 규정상 가능 여부를 떠나서 휴가 연장을 생각해 본적 조차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서씨 대응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 “휴가 연장? 생각조차 해본 적 없어”


지난 2015년 7월~2017년 서울 용산 기지에서 카투사로 복무한 A(26)씨는 1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휴가를 연장한다는 생각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휴가 기간 내에 부대 복귀가 무조건 원칙이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한다거나, 혼수(코마) 상태에 있거나 가족이 상을 당하는 수준의 경우가 아니고서야 무조건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서씨와 같은 시기 주한 미8군 한국군 지원단 카투사로 복무했다던 B씨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3일과 24일이 아닌 25일(일요일)에서야 서씨 미복귀 사실을 인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A씨는 “통상 카투사는 금요일 오후 5시가 되면 근무가 마무리돼서 외박을 나가 일요일 오후 8시~9시까지 부대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금요일과 토요일은 통금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 빼고는 외출이 자유다. 때문에 인원 점검이 평소보다 소홀하다. 일요일 8시반~9시쯤 돼서야 인원 점검을 하고 윗선에 보고하기 때문에 23일과 24일에 몰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2019년 경기도 카투사 모 부대에서 복무한 C(23)씨는 “휴가 연장이 가능한지도 몰랐다. 부대에 안 들어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일이다. 복귀 1~2시간 전에도 부대에 안 들어오면 전화해서 어디냐고 확인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기억했다.  

C씨는 “휴가를 나가려면 최소 한 달 전 휴가 계획서를 다 제출해야 한다. 부대마다 다르긴 한데 하루에 휴가를 쓸 수 있는 최대 인원이 있다. 우리 부대는 3명이었다. 그래서 최대 인원이 넘지 않도록 눈치 잘 봐가며 미리 날짜를 잘 조율해서 휴가를 쓰는 것”이라며 “그런데 서씨처럼 휴가를 연장해가며 길게 쓰는 것은 특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투사 편하다고 규정 안 지키나?” 사병들이 말한다
사진=15일 오후 용산 국방부 별관 앞에서 기자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휴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왜 국방부 민원실에 문의?…“동사무실에 물어볼 것을 시청이나 도청에 묻는 격”

서씨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시켜 휴가 연장 문의를 한 것, 그리고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를 한 것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A씨는 “카투사들이 담당 장교가 불편하고 이런 감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성인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시켜 휴가 연장 문의를 한 것은 카투사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라면서 “휴가 연장 문의를 국방부 민원실에 한 것도 마찬가지다. 카투사는 지휘관들이 병사 관리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병사들이 다 지휘관 번호를 알고 있다. 직속 상관한테 전화를 걸어야 할 것을 국방부 민원실에 하는 것은 마치 동사무소에 물어볼 것을 시청이나 도청에 하는것과 마찬가지”라고 봤다.

서씨 동료가 당직 사병 현씨와 서씨가 편제가 달라 휴가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군 편제가 알파와 배틀 2개로 나눠져 있고 편제간 교류가 없다는 게 서씨 동료의 설명이다. A씨는 “소속이 다른 것과 공적 업무가 무슨 관련인가. 부서가 다르다고 휴가자인 걸 모른다? 전혀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C씨 역시 “편제와 외출, 휴가 관리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카투사 휴가 관리가 허술한 건 맞다는 의견도 있었다. 당직 사병에게 대신 외박·휴가 복귀 명부에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월요일부터 휴가이면 원칙적으로 일요일에 들어와서 월요일 아침에 나가야 하는데 일요일에 부대에 복귀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설명이다.

여당 국회의원이 “카투사 자체가 편한 부대라서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A씨는 “편하다고 해서 규칙을 안 지켜도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권에서는 서씨가 아팠지만 군대를 갔다는 식으로 자꾸 프레임을 짠다. 핵심은 휴가 연장하는 데 있어서 정당한 절차를 거쳤냐 여부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났다면 특혜라고 생각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