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더니] LH와 싸우는 사람들 “우리 재산 우리가 지켜야죠”

"LH 감정평가 외압 즉각 중단하라"
"토지 수용으로 자신들 배만 불려"
"대토보상 순번은 보복·압박 수단"
LH "개입 없다, 사실과 내용 달라"

기사승인 2020-09-25 05: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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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의 공공주택지구 50여 곳의 토지 소유자들이 24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재산은 우리가 지키겠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보상 문제를 놓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핵심은 토지 보상금 산정을 위한 감정에 LH가 개입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감정평가사의 공정한 감정을 통해 토지 강제수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들어봤더니] LH와 싸우는 사람들 “우리 재산 우리가 지켜야죠”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24일 LH공사가 감정평가사에 대한 외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들은 왜 감정평가에 문제를 제기하나= 이날 만난 이들은 기본적으로 감정평가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현재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체계가 LH공사의 사업예산에 짜 맞추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 의장은 “LH공사가 수용지구에 대한 사전 감정평가를 통해 헐값으로 책정된 사업예산에서 보상금을 짜 맞추는 사전 담합행위로 낮은 보상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구도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H공사가 사업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사전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연계가 있는 감정평가사들을 동원해 입맛에 맞는 사전평가 금액을 도출하고, 실제 감정평가에서는 사업예산 안에서 보상금이 산정될 수 있도록 감정평가사들을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LH공사가 실제 감정평가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8일 열린 LH공사와 감정평가사협회 간 공동 워크숍에서 LH공사는 협회에서 토지보상지침을 만들 때 LH공사 실무자의 참여와 함께 감정평가결과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협회가 관련자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LH공사가 감정평가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감정평가에 대한 불신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임 의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감정평가를 위해 감정평가사들에게 자율성과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감정평가사들도 LH공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양심에 따라 소신껏 적법한 평가에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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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협에 따르면 사진 속 도로를 중심으로 왼편은 시가 3.3㎡ 당 3-4000만원에 이르는 반면 오른쪽은 토지수용에 따라 보상금이 2-300만원에 불과하다.

낮춰진 감정가, 반대 이익은 누구에게 갔을까= 그렇다면 낮춰진 감정가 만큼의 이익이 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설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주어 졌을까. 이날 모인 이들은 그 이익이 LH공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들은 판교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지난 7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LH 등 공공사업자가 판교 신도시로 8조2000억원의 부당이득을 봤다고 발표했다. 2005년 판교신도시 개발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개발이익이 1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으나 경실련이 직접 분석한 결과 예상 부당이득액은 총 8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경실련은 이러한 부당이득이 대부분 택지판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봤다. LH공사 등 공공사업자가 택지판매로만 3.3㎡당 평균 520만원의 이익을 남겨, 총 6조1000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산한 영향이다. 

이날 모인 이들은 경실련의 발표 내용을 거론하며 2015년 1조원에 못 미치던 LH공사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2조원을 넘겼다고 한탄했다. 이러한 수익의 근간이 토지를 저렴하게 사들여 값싼 자재의 아파트를 서민들에게 비싸게 판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본 것이다.

공전협 관계자는 “개발의 이익이 당초 토지 소유자도 아니고, 그곳에 새로 들어올 입주민도 아닌 LH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며 “이득의 일부를 당초 소유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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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협은 협상에 응하지 않는 토지주를 대토보상에서 후순위로 배정하는 LH의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또 다른 문제, 대토보상 순위 보복 논란= 이날 모인 사람들이 LH공사를 성토하고 나선 것은 대토보상 문제도 한 몫 했다. 현재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은 현금보상과 채권보상, 토지보상(대토보상)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대토보상 문제를 두고 보복 논란이 제기된 영향이다.  

LH공사가 토지수용 과정 중 협의에 응하지 않는 토지주를 대토보상 과정에서 후순위 토지선택 순번으로 밀어 토지주가 협의에 동의하도록 압박용 또는 보복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논란의 핵심이다.

특히 토지를 강제수용 당한 이들은 LH의 행위가 대토보상 대상자를 협의에 의해 양도한 자와 협의에 응하지 않은 자 모두 포함하고 있는 현 토지보상법의 입법 목적 및 취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임 의장은 “LH공사 등 사업시행자들의 위법한 대토보상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며 “이제라도 LH공사는 협의에 응하지 않는 토지주들을 대토보상에서 배제하는 위법 행위 등을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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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수용자들의 한탄에 LH공사의 입장은= 토지를 강제수용당한 이들의 이러한 주장과 지적에 대해 LH공사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먼저 감정평가는 국가전문자격을 갖춘 감정평가사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LH공사가 감정평가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감정평가협회에 대한 압박 의혹 역시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감정평가협회 역시 당시 자리는 “단순히 각자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을 뿐, 정부와 LH가 보상감정평가 절차에 개입할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LH공사는 대토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에서 정해진 권한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토지보상법에서 협의에 응한자와 응하지 않은자를 모두 대토보상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그 순번은 시행사가 정하도록 규정한 만큼 법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했다. 

이어 대토보상은 협의에 응한 이들이 우선적으로 토지를 공급받고, 협의에 응하지 않은 이들이 잔여 토지를 가져가게 되는 구조로, 시기적으로 차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