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피격됐다" 첩보, 10시간 후 文 보고…野 "대체 뭐 했나"

임지혜 / 기사승인 : 2020-09-25 07: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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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통령 유엔 연설 전까지 비공개한 것 아닌가" 의혹 제기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23일 오전 8시 30분 문재인 대통령은 서해에서 실종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국에 사살됐다는 첩보를 처음 대면 보고받았다. 전날 밤 관련 내용의 첩보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최초 보고되고 10시간이나 흐른 뒤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늦어지면서 정부 대응도 지연됐다.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된 그 날 오전 1시 26분.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제안을 담은 유엔총회 연설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최초 정보가 '첩보' 수준으로 확인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첫 서면보고를 받은 것은 지난 22일 오후 6시 36분이다. '서해 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색 중이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의 첩보가 서면으로 보고됐다. 

22일 오후 10시 30분. 청와대는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내용의 첩보를 입수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11분경 북측이 A씨의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운 정황이 우리 측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

이후 23일 오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고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이 사이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영상은 새벽 1시 26분부터 16분간 공개됐다. 다만 유엔총회 연설은 사전 녹화 방식이라 15일 녹화됐고 18일 유엔으로 발송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8시 30분. 문 대통령은 실종자 피격과 시신 훼손과 관련한 대면 보고를 받았다. 사살 첩보 입수 후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데까지 10시간이 걸린 셈이다.  

보고 직후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파악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23일 오후 4시 35분. 정부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우리 공무원의 피격 사망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밤 실종 공무원의 피격 사실을 전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24일 오전 8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고 이후 같은 날 9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만행에 대해 서 실장과 노 실장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상임위를 소집해 정부 입장을 정리하라"라며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24일 오전 11경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공식 발표했다. 

청와대는 24일 오후 5시 강민석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은 지 34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 같은 경과에 대해 대통령 보고가 너무 지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실종 사건 자체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돼 인지하고 있었고 새벽에 관계장관회의까지 열렸는데도 오랜 시간 우리 국민의 총격 사살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야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공세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세월호 사건 때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했는데, 지금은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질타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실종과 사망 시점까지 청와대가 상황을 인지하며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큼에도 대통령 유엔 연설 전까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실종 국민이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보고 받은 것은 지난 22일 6시 36분으로 이때만 해도 우리 국민은 살아있었다"며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확인한 결과 문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도 주장했다. 

그는 "실종된 우리 국민이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어떻게 아무런 지시도 안 내릴 수가 있냐"며 "구하려는 시도조차 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안보 무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북측 관할 수역에서 우리 국민이 피랍된 것이 예측됨에도 군 당국에서 아무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