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기사승인 2020-10-21 19: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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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 민수미 기자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점심때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 중 동생이 21일 서울 화상 치료 전문병원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형제의 쾌유를 기원하던 시민들은 ‘미안하다’ ‘천국에선 행복하길 바란다’며 추모했다.

전날 형제 중 형 A(10)군이 원격수업을 들을 정도로 회복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터라 시민들은 동생 B(8)군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더욱 안타까워했다.

인천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늘나라에선 예쁨 많이 받고, 따뜻한 곳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길 바란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배곯지 말고 행복하기를”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학교에서 따뜻한 밥 먹고 예쁘게 컸을 텐데” 등의 추모글이 줄을 이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돌봄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너무 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의원은 SNS에서 “결국 중환자실로 옮겨진 동생이 숨졌다. 가슴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유독가스를 너무 많이 마셔서 기도 폐쇄. 2시간 반 동안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썼다.

같은 당의 양향자(광주 서구을) 의원도 SNS에 올린 ‘어른들이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두 형제가 있어 위기 가정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할 수 있었고, 긴급하게 추경 예산도 반영할 수 있었지만, 또 이렇게 작고 여린 한 생명 하나를 허망하게 보낸다. 미안하다. 하늘에서는 부디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미추홀구의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형제의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전날까지 모두 1087명(단체 포함)이 형제를 위해 써달라며 2억2700만원을 기부했다.

학산나눔재단은 전날에도 형제에게 의료용품(기저귀, 위생패드) 및 간식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보내온 편지와 메일 등도 전달했다. 학산나눔재단 측은 기부금 사용 방향에 대해 추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