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장애 평가가 시급하다

전미옥 / 기사승인 : 2020-10-26 09: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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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훈 대한통증학회 회장 

글· 전영훈 대한통증학회 회장 전영훈교수(경북의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외상이나 수술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을 하는데, 임상의가 접하는 만성통증질환 중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여주며 격심한 통증을 특징으로 한다.  현재까지 객관적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검사가 없으며 증상 및 징후에 따라 진단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꾀병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CRPS는 대표적인 난치성 통증 질환이다.  사회적 편견과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해지면서, CRPS는 흔히 수면 장애, 우울증, 불안, 분노 등의 정신적 질환들을 동반한다.  사회적 경제적 문제도 발생한다.  대한통증학회에서 2019년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2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환자 대부분이 20~50대의 왕성한 사회 경제적 활동기에 있었으나 정작 환자 2/3에서는 질환 발병 후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여러 부위로 확대되고, 정신과 질환 등이 동반되기 때문이었다. 

극심한 통증과 관절구축 등 증상으로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많은 어려움과 불편을 겪는다. 절반 이상의 환자가 가벼운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며, 약 80%의 환자들은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세계보건기구 ‘삶의 질 간편형 척도’를 이용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육체적·정신적·사회적·환경적 요소 모두에서 ‘중등도 이상의 척수마비환자’의 결과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다. 분명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현재까지 명확한 병태생리, 자연경과 그리고 치료법 등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연구활동이 필요하다. 현재 시행하는 치료법에 대한 건강심사평가위원회의 보험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의료기관도 진료비 삭감을 통해 의료 행위에 제한을 받으니 환자치료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의 장애 평가를 위한 국내 현실에 적합한 기준이 없어 맥브라이드장애평가를 준용하고 있다.  그나마 합당한 항목이 없어 말초신경손상에 준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의사협회가 마련한 장애 평가(AMA 6판)도 이용하고 있지만 그조차도 장애율이 매우 낮게 판정되어 현실과 맞지 않다.  

또한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등에 의한 장애 평가를 많이 시행하는 기관에서는 CRPS 환자를 많이 접하는 전문의의 의견 반영 없이 운용하고 있다.  결국 장애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나마도 산업재해나 교통사고의 보상을 위한 장애 정도를 산정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가 인정한 장애 등급을 산정할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명백히 장애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인정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경제, 의료, 이동 지원 등 복지서비스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제도들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한시라도 빨리 합당한 장애 등급의 기준 신설과 의료 보험 기준의 재정립이 이뤄져야 한다.  대한통증학회도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가이드북에 장애기준을 포함해 발간했으며 현재 대한통증학회 법제이사 고영권교수는 개정판을 준비 중이다.  또한 이 질환에 대한 연구와 장애기준 마련을 위하여 국가 관계부서와 함께 노력 중에 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