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2021년도 예산 전쟁… 칼날 위에 선 K-뉴딜

오준엽 / 기사승인 : 2020-10-30 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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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출한 555.8조원 규모 예산안 두고 국민의힘, “15조원 이상 불필요” 삭감선언
정의, “지역균형뉴딜은 급조정책? 예산 없다” vs 정부, “K-뉴딜 재분류일 뿐, 오해”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국회를 찾아 정부가 제출한 555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타격을 받은 경제를 회복시키고 세계 경제를 선도할 밑거름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당부가 받아들여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야권의 반감이 커 보인다.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15조원 이상의 삭감을 천명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돼온 정의당도, 정부부처인 국회예산정책처도 우려를 표했다.

◇ 국민의힘, “한국판 뉴딜, 간판만 바꾼 재탕… 최소 50% 이상 삭감”

문재인 대통령 28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위기의 시대를 넘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예산”이라며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여 민생을 살리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이루는 데 최우선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본 예산 기준으로는 8.5% 늘린 확장 예산이지만, 추경까지 포함한 기준으로는 0.2% 늘어난 것으로,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도 함께 고려했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서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을 병행해, 재정 건전성을 지켜나가는 노력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재정건전성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재정당국은 내년도 총수입을 483조원으로 예상하면서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43조5000억원, 3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할 경우 8조9000억원 늘어난 555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세부적으로 정부는 ▲디지털·그린뉴딜 분야에 66조8000억원 ▲고용·사회안전망 등 보건·복지·고용 강화에 199조9000억원 ▲교육분야에 71조원 ▲SOC 디지털화·안전투자 분야에 26조원 ▲국방전력 고도화 및 스마트화 등에 52조9000억원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에 21조8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29조1000억원 등을 배정했다.

이 같은 예산배정을 두고 야권은 크게 2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당장 내년도 수입이 올해보다 0.3% 증가함에도 지출은 8.5% 늘려 잡아 적자가 89조7000억원에 이른다. 재정당국 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한 해만에 139조8000억원가량 급증하며 945조원에 달하게 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8.1%에서 올해 43%, 내년엔 46.7%까지 치솟는다.

국민의힘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28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대적인 삭감과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다. 사진=오준엽 기자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재정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예산안”이라며 “현 정부는 포퓰리즘 본색을 드러내며 오로지 문 정권 임기 내에 원 없이 재정을 쓰겠다는 무책임한 빚잔치 예산편성으로 그 부담을 차기 정부와 미래세대에 전가하려한다. 전형적인 떠넘기기 ‘먹튀’ 예산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간판만 바꾼 재탕식 한국판 뉴딜사업 ▲예산낭비성 신규사업 ▲현금살포성 재정지원사업 ▲연례적인 집행부진·사업실적 저조사업 ▲정권홍보 및 근거법률 미비사업 등 5대 분야 100대 문제사업을 추려 공표했다. 나아가 “긴급아동돌봄, 소상공인 지원 등의 민생예산은 모두 삭감하고 허울 좋은 사업만 내놓는다”며 15조원 이상을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 예산정책처는 사업부실, 정의당은 야당패싱 ‘우려’… 정부여당은 ‘전면 부인’

국민의힘의 삭감선언이 제1야당의 억지스런 ‘발목걸기’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30일 공개한 ‘2021년도 예산안 총괄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 중 4조1188억원이 편성된 신규사업 총 490개 중 1조1062억원 상당의 예산이 편성된 26개 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예산정책처는 단일 신규사업으로는 6000억원을 할애해 가장 규모가 큰 금융위원회의 ‘산업은행 출자사업’과 2번째로 많은 예산규모인 3701억원을 편성한 ‘신용보증기금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위변제사업’ 모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대상 중복이나 소요예산 예상과다 등 사업설계 상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사업 착수시기가 촉박해 적기에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팜 대부처 패키지 혁신기술개발사업(177억8400억원)’이나 ‘인공지능(AI) 활용 학습진단 시스템 구축사업(91억7600만원)’ 등은 적정사업비 재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밖에 사업계획이나 법적근거가 부실하거나 없는 문제, 예산편성에 앞서 사업구조 조정·재편이 선행돼야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정의당은 2가지 측면에서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의 문제를 꼬집었다. 하나는 예산편성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과 깊은 고민이 부족했다고 질타했다. 경제반등의 마중물이라며 야심차게 내놓은 한국형 뉴딜은 민간·금융·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며 곳곳에 사각지대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상대적 배려부족을 드러내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앞서 재정당국과 집권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대한 논의내용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 예산 논의 및 공표 과정 전반이 정부와 여당 간의 짬짜미로 이뤄지며 야권 전체가 소외된 가운데 정밀한 예산심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시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시정연설 등에서 제시한 지역균형뉴딜을 꼽으며 “예산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시정연설용으로 급조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나아가 “당·정·청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논의하고, 어떻게 결론 내렸든 야당은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만을 보고 심사할 수밖에 없다”며 “당내 전문위원조차도 어떤 예산이 지역균형뉴딜인지, 어떤 예산이 (지역균형뉴딜로) 어떻게 편성돼 쓰일지 알 수 없다고 한다”고 야당 패싱(passing)과 정부여당의 불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에 기재부 내 지역균형뉴딜 사업을 담당하는 지역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지역균형뉴딜은 한국형 뉴딜에서 지역관련 사업들을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추진하기 위해 하나의 분류로 묶은 것에 불과하다”며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한국형 뉴딜 내 사업으로 편성된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 소속 또 다른 관계자는 “예산안 편성 전 당정이 사전논의를 한 것이며 각 상임위원회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내년도 예산안 세부사업별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라며 “기존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야당 패싱 혹은 소통 배제 의도나 행태는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야권의 삭감선포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세부내역을 심사하기도 전에 덮어놓고 삭감을 주장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예산안마저 정쟁의 볼모로 삼겠다는 얘기”라며 “예산 심의만큼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과 대안으로 경쟁하는 생산적 국정논의의 장이 돼야한다”고 당부했다. 

국회 예결위 여당 간사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21 예산안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국가채무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일시적인 채무증가를 감내하더라도 재정의 경기대응역할을 충실히 하여 기업을 살리고 고용을 지키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